올해 나에게는 뼈아픈 실패가 하나 있었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거의 25년에 가까운 형벌을 받게 되었다. 여행을 가면서 문제를 잠시 미루긴 했으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피해액을 지불하고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 실패는 잠깐의 방심과 오만, 자만, 터무니 없는 실수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은 하나의 내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믿은 체스 실력으로, 하나의 내기를 건다.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이기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 당연히 만 7세 아이한테 체스로 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 체스 신동이라도 되지 않는 한 말이다. 실제로 아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수십번 내게 도전했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날도 나는 당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며 말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퀸이 날아가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뭐지? 괜찮아,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어. 난 진지하게 임하여 아이의 비숍과 룩을 날려나갔는데,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게 졸병의 전진이었다. 문제는 졸병이 적진 끝까지 가면 퀸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퀸 2개를 추가로 얻었고, 나는 패배하고 말았다.
내가 "아빠 졌다."라고 한 순간, 아이는 3초 정도 일시정지 상태에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저히 자기의 승리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도마뱀!"을 외쳤다. 이미 우리 집에는 도마뱀이 한 마리 있었지만, 이로 인해 한 마리를 더 분양받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다녀오면 도마뱀을 데려오자고 하였고, 역시, 다녀오자마자 아이에게 끌려가서 '레오파드 게코'를 한 마리 데려오게 된다.
도마뱀은 한 번 키우기 시작하면 15~25년 정도 살기 때문에, 이것은 어마어마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도마뱀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가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에게 결혼할 때 도마뱀을 꼭 데려가라는 약속을 받아두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65세가 되어서도 내가 이 도마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며느리 될 여자가 도마뱀을 데려오는 걸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는 '도마뱀 싫어하는 여자랑은 결혼하지 않겠다.'라는 강경론을 내세우고 있긴 하다.
아무튼, 이 사건은 올해를 내게 패배로 시작하게 만든 사건이다. 다행인 건 입춘이나 구정이 되기 전이라, 한국 기준으로는 아직 올해의 시작 전에 모든 게 이루어졌다는 점이긴 하다. 따지고 보면, 작년을 패배로 마무리한 셈이다. 어느 쪽이든, 이 사건은 내게 중요한 걸 가르쳤다. 오만은 터무니 없는 실패를 불러온다. 반면, 끝없는 도전, 끝없는 열정과 패기는 승리를 불러온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이유가 있다.
어찌할 것인가? 우리 집에는 너무 많은 식구가 있다. 여행이 끝나면서 여기저기 맡겨두었던 식구들을 데려왔다. 거북이, 달팽이, 도마뱀, ...... 다행인 건 아이의 '곤충 사랑'이 끝이 나서, 더 이상 장수풍뎅이 애벌레 50마리나 사마귀 1령 100마리 같은 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레오파드 게코는 밀웜이나 귀뚜라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사육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나는 아빠에게 첫 승리를 쟁취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제 아이 삶의 주인공은 아이가 되고 있다. 이 모든 시절, 모든 여행, 모든 삶이 점점 더 아이의 관점에서 기록되고 아이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주인공인 삶에서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