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Jun 23. 2022

인간은 방해 받을수록 더 즐거워한다

Photo by Jarritos Mexican Soda on Unsplash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방해받을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가령, 영화를 볼 때 2시간 내내 몰입하는 것보다, 중간중간 광고가 삽입되어 방해받으면, 그 영화를 더 재밌었다고 기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든 금방 적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재밌다는 감각도 마찬가지여서, 금방 그 쾌락에 적응해서 익숙해져 버리는데, 이를 중간에 한번씩 끊어주면 적응을 막아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 즐겁게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재밌는 드라마가 있을 때, 주말에 정주행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한두편씩 끊어서 보는 게 그 드라마를 더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재밌다고 해서 너무 빠져서 그것만 하다보면, 금방 질려버리고 권태로워지는 때가 온다. 그래서 무언가를 더 즐겁게 누리는 요령이 있다면, 텀을 두면서 접하는 것이다. 연애도 매일 만나는 것보다 삼일에 한 번 만나는 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이어가는 데 더 좋을 수 있다. 


아이랑도 하루종일 같이 있다 보면 힘들고 지치지만, 그러다가 한 시간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고, 다시 만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운 시간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좋아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오랫동안, 너무 과하지 않게, 약간 드물면서 꾸준하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기술이자 요령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좋아하고 싶다면, 하루 날 잡고 종일 글쓰는 게 아니라 얼마가 되었든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 주말에는 글만 써야지 했다가는, 글쓰기에 바로 질려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령 주말에 쓰려고 했던 10시간을 10일에 쪼개어 1시간씩 쓰면, 10일 뒤에는 여전히 글쓰고 싶은 마음이 이어지며 글쓰기를 좋아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규칙과 형식인 셈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대개 나를 집어 던져 넣듯이 '형식'을 죄다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담담하게 이어가는 꾸준함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여서, 매일 만나 술마시고 쉴 틈 없이 연락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당한 텀을 두고 꾸준하게, 일년에 몇번씩 그렇게 이어가는 게 더 그 사람에 대한 '좋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마저 잃을지도 모른다. 좋아함이라는 감정 자체를 스스로 버리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참 슬픈 일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너무 손쉬운 기제들과도 싸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권태, 질림,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음, 이런 것들은 때로 그 자체로 나에게 불행이고, 자책이기도 하다. 좋아할 수 있는 힘을 내 안에서 지켜낼 의무가 나에게는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을 아는 것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