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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03. 2022

휴식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다

Photo by Vladimir Fedotov on Unsplash


휴식권은 헌법상 권리


현재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에서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은 3교대 근무로 거의 휴식할 수 없는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이 여유 있게 운영되기 보다는 매우 타이트한 근무표에 따라 이루어져서, 휴가를 내기도 어렵다. 매일 생사 여부가 촉각을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밥을 먹거나 화장실 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굶고 일하는 문화, 화장실 가지 않기 위해 물도 마시지 않고 일하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상 휴식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휴식권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기본권이다. 비록 명문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헌법재판소는 휴식권 또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권리라는 걸 인정하였다. 과거에 휴식은 게으름이나 죄악에 가까웠다면, 갈수록 휴식이야말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하는 윤활유라는 관점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휴식이 없다면, 일도, 삶도 없다.


올해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사회 전반에도 조금씩 '휴식권'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 징후인 셈이다. 2017년 발행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사업장 휴게시설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이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 경우 휴식장소는 작업장 내부가 40%, 외부가 13%, 자판기 주변이 8%, 옥상 5%, 본인 차량 5%, 계단 4% 정도였다. 사실상 상당수 근로자에게 온전한 휴식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휴식권은 연차휴가나 공휴일 제도와 관련되어 이야기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근무 시간 중에도 적극적인 휴식권 보장이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50분 일하면 10분 정도는 쉴 수 있어야 휴식권이 정당하게 보장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정작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시설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 허울 좋은 입법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휴식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현행법상 휴게시간 보장


대법원 판례는 휴게시간에 대해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본다. 

나아가 휴게시간으로 보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또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적어도 휴게시간이라면, 대법원 판례대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필요가 있고, 자유롭게 휴식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4시간의 경우 30분 이상을 쉬어야 하고, 8시간 이상의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을 근로시간 도중에 반드시 휴게시간으로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휴게시간은 대법 판례대로 사용자의 어떠한 지시나 감독이 작용해서는 안되고, 그로부터 ‘해방’되어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도 하루 8시간을 근무하면 1시간 이상은 반드시 그런 해방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위법한 근무환경인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휴식과 창의성


휴식은 일에서의 창의성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폴커 카츠 등이 쓴 심리학 책 <마음의 법칙>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학계와 문화계의 주요한 명사들, 이를테면 베르톨트 브레히트, 찰리 채플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의 위인들이 만든 필생의 걸작이 모두 창의적인 휴식 시간 뒤에 탄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예술가나 과학자도 아닌 사람에게 무슨 창의성이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일에는 창의성이 개입할수록 효율적이 된다. 가령,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터에서도 기존의 동선이 아닌 새로운 동선이 일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고, 환자나 고객을 응대할 때도 기계적인 방식 보다 순간의 순발력과 창의성이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적절한 휴식은 기본권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휴식은 개개인의 삶과 인권 뿐만 아니라 사업장과 사회 전체의 효율을 위해서도 더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야만 한다. 더군다나 병원처럼 환자 개개인의 생명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환경에서는, 이를 책임지는 이들의 휴식이 더욱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휴식의 보장이 실수를 막아주고,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치료법과 대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근로환경이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 이 글은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의 노보 <공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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