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개님들과 함께 하는 프랑스 유학 생활
데리고 갈 수는 있는 걸까...?
노아랑 투비의 여권을 발급받고, 출국 준비를 하는 일은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한국과 프랑스를 오간 덕분에 언니는 비행기 값을 내지 않고 공짜로 한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아하고 있었으나... 노아랑 투비의 항공비를 계산해보니 사람 한 명의 왕복 비용이 나와버렸다.
그렇다고 개님들을 3달 동안 다른 곳에 맡겨두고 한국을 다녀올 수는 없었다. 한 번 파리에서 시터에게 맡겼다가 '옴'에 결려온 경험도 있었거니와, 우리와 떨어져 있는 동안 분명 패닉이 와서 제정신이 아닐 테니까...
파리 동물병원에서 필요한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고, 혈액 검사까지 완료하여 일명 '강아지 여권'을 발급받았다. (사실 파리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는 충격적인 비용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문제는 한국에서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파리로 돌아올 때였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수의사의 추천대로 노아랑 투비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노아랑 투비는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를 째려보며 화물 상자에 실려 멀어져 갔다.
'한국에 도착하는 12시간 동안 제발 무사하기를...' 비행기 안에서 엄청난 모터 소리를 듣는 동안, 화물칸에 있는 노아랑 투비는 분명 발작이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긴 비행이 끝나고 공항에 내려 눈이 빠지게 노아랑 투비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노아랑 투비일 거라고 짐작되는 화물 상자가 다가왔다. 역시나... 아이들은 한숨도 못 잔 듯 지쳐 보였고, 상자 안에서 둘은 겨우 토사물을 피해 발을 딛고 서있었다. '이게 진짜 뭔 고생이니...'
아이들을 두고 올 수도 없었지만 한국에 데리고 오는 것도, 그리고 또다시 파리로 데리고 나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언니랑 나는 각자 한 손에는 짐가방, 한 손에는 노아랑 투비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다시 파리로 출국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 혈액 검사를 다시 받고, 서류를 제출해야 했는데 그 당시는 옛날이라 서울대학교 동물 병원에서만 테스트가 가능했다.
그런데 결과를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예정 출국일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지갑이 활짝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노아와 투비의 혈액을 호주로 보내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빨리 결과를 받으려고 호주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도 한 달 정도를 불안에 떨며 학수고대 한 끝에, 결국 출국일 바로 며칠 전, 혈액 검사 결과를 받고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때부터 노아랑 투비는 강아지 여권을 가지고 우리가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할 때까지 몇 번이나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고, 유럽을 여행하며 우리와 늘 함께해왔다. : )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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