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아 투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지우 May 07. 2022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마음가짐

21. 과거보다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은 없다.



노아가 끊임없이 병원을 왔다 갔다 하고, 컨디션이 날로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우리 손으로 직접 노아를 보내주어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에 시름하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눈 속에 담아두느냐, 아니면 고통을 일찍 끝내버리고, 더 빨리 작별인사를 하느냐 하는 선택지 안에서 언니와 나의 생각은 같았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덜어주는 것.


생각은 그랬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우리는 노아를 보내주지 않으려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 노아, 투비와 함께한 시간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있어서 그 자세한 과정은 조금 더 뒤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가 매일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살고 있지 않듯, 노아의 갈색 반점에 희끗한 털이 소복이 쌓이기 전까지는 그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이별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었다.





머지않아 노아와 이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노아의 모든 부분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노아의 눈, 노아의 귀, 노아의 코, 노아의 발, 노아의 털...


인간의 감정에 대한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약간은 기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사진보다는 <향수>의 그루누이처럼, 향으로써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기억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게 가능했다면 노아의 발에서 나던 꼬순내를 영원히 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루누이가 될 수 없는 나는, 사진으로 노아의 조각들을 모으기로 했다.





2020 겨울, 노아를 보내고 나서 다행히 투비가 있어서인지 크게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순서는 투비가  것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사실 무슨 준비를 한들, 이별로 인해 다가올 고통의 크기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말하는 로고테라피의 개념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자세에 조금은 도움이   같다.


인간은 대개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일회성이라는 밭만 보고, 그 행동과 기쁨, 심지어는 고통까지도 구원해 준 과거라는 곡창은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서는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져 있으며, 그 어느 것도 사라질 수 없다. 과거에 '그랬다'라는 것처럼 확실한 존재 방식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 '있었다'라는 것처럼 확실하게 존재하는 방식은 없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다음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6

***이전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4

*저작자 허락 없는 이미지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 환갑잔치는 맥주와 함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