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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아 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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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우 Jun 04. 2022

너를 혼내지 못해서 슬프다

23. 언니가 잘못했어.






이제 투비는 문이 열리고, 내가 집으로 들어가 한참을 돌아다녀도 누가 들어왔는지 조차 모른다. 가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혹시나 투비가 '완전히' 잠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칠 때도 있다. 그만큼 투비가 오늘 당장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곤히 잠든 투비가 누워있는 이불을 지그시 누르고, 투비의 털을 하나씩 건들기 시작하면 그제야 투비는 내가 집에 왔다는 걸 알아차린다.





처음 투비가 더 이상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적잖이 놀랐다. 노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 "투비!! 투비!!!!"하면서 소리를 질러보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반짝 거리는 투비의 두 눈은 여전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투비의 식욕. 간식에 대한 집착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것 같다.






이전보다 잠에서 깨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여전히 현실 감각을 회복한 투비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에 온 나에게 간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몸을 부르르 떠는 투비를 보면서, 나는 연어 스틱을 잘게 잘라 노즈 워킹을 할 수 있는 곳에 뿌려준다. 연어 스틱이 거의 코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의 거리가 되어서야 투비는 먹잇감을 낚아챈다.






밥은 안 먹고 간식을 내놓으라는 투비의 호통은 계속된다. 화장실까지 쫓아와 자신은 듣지 못하는 앙칼진 목소리로 "앙!!앙!!"거리며 호통을 치는 투비를 참지 못하고 나도 투비를 향해 "그만!!"하고 소리를 지르자마자 투비의 사지에서 힘이 쭉 풀리며 바닥으로 몸이 자지러진다.


그 모습을 보고 '아! 이제 내 고함 한 번으로 투비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안 그래도 이제 투비는 무언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머리 가까이로 오면, 몸을 동그랗게 말며 부들부들 겁을 낸다. 그런 투비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죄책감이 들었다. 다시 한번 투비가 지겹도록 나에게 호통을 치더라도 절대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너를 혼내지 못해서 슬프다. 언니가 잘못했어.



원래는 시간의 흐름대로 노아랑 투비와의 추억을 쓰고 있는 중이지만, 17살 노견 투비와의 하루하루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라 더 늦기 전에 많이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잠시 2022년 6월의 일상을 기록해보았습니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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