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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우 Jun 25. 2022

열두 살, 유모차에 올라타다

25. 노아의 다리를 되살릴 수 있을까?




짜잔~ 강아지 유모차가 왔어요!




노아랑 투비 둘 다 산책이 힘든 건 아니었다. 다만, 안 그래도 한쪽 다리가 불편한 노아가 예전처럼 오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번 누나는 노아 앞에 유모차를 대령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 후, 노아는 잃어버린 다리 감각을 되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수중치료, 한방치료, 보조기 제작 등을 시도해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돌아오지는 못했다.






마음껏 달릴  없는 노아를 보며 휠체어를 해주는 것도 고민해봤지만, 한쪽 뒷다리에 감각이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었기에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근육의 감각을 되살려보려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침 치료를 받고 오면 며칠 동안은 컨디션이 많이 호전되어 잠깐이라도 생기가 도는 노아를 보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거 같다.






한쪽 다리가 계속 바닥에 끌려서 산책할 때는 발가락이 다치지 않게, 한쪽 발에는 항상 고무장갑을 신겨주었다.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노아의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다. 달리고자 하는 본능을 한쪽 다리 하나 따위가 막을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때때로 산책 중에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는 장갑을 끼고 다리를 질질 끌며 산책하는 노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다가와 왜 아픈 아이를 고생시키냐는 질타를 하기도 했다...



'... 아닌데요. 얘가 저를 끌고 다니는 건데요...'






열두 살의 투비는 여전히 아기 같은 얼굴로(물론 열일곱 살인 지금도 아기 같은 얼굴이다..) 통-통-발걸음을 튕기며 산책을 했다. 사실 투비는 노아와 함께 지냈을 때는 노아의 '기'에 눌려서였는 지, 전혀 산책을 즐기지 못하는 강아지였다.


유모차는 세상 끝까지 달리고 싶은 노아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바깥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물이었다. 잭 러셀 테리어는 지금도 한국에서 많이 보이지 않는 종인데, 그 잭 러셀이 유모차까지 타고 있으니... 우리는 뜻하지 않게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어쩌면 '강아지 학대범'으로 유명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노아랑 투비를 동시에 산책시키는 건 초고난이도 레벨이었다. 투비는 노아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긴 했지만, 언니들 다리 사이로 신기한 스텝을 밟으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워킹을 즐겼다.


노아가 떠난 지금은 투비 혼자서 산책을 나가는데 이전과는 완전 딴판인 모습이다. 밖에 나가는 게 얼마나 신나는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기도 하고, 이제는 제대로 풀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열두 살의 노아랑 투비가 산책을 힘들어 한 건 절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찍었던 사진첩을 다시 뒤적거려보면 이때부터 유독 노아랑 투비가 잠들어 있는 사진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사실 노아의 경우, 나이가 들어 에너지가 좀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예전처럼 에너지 풀가동은 아니지만 세이브 모드로 들어선 두 노견들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다음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33

***이전 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c9cbd1cebdfc42a/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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