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땅에 닿는 노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질수록, 우리가 같이 걸을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날은 왠지 그런 기분이 더욱 강하게 드는 날이었다.
마치 노예의 발목에서 쇠사슬을 풀어주듯...
오랫동안 시달린 안구 질환으로 이제는 없는 게 더 낯설어진 노아의 목에 찬 넥 카라를 풀어주고, 가슴 리드 줄에 더해, 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쓰지 못하게 된 뒷다리를 받쳐주기 위한 특수 리드 줄을 허리춤에 채우고, 힘을 못 주는 다리를 끌며 상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무 양말도 신겨주고, 노아와의 산책을 준비했다.
거친 바닥에 한쪽 다리가 쓸려 발가락이 까지고 피가 나든지 말든지 노아는 개의치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마이웨이-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노아의 고집은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았다. 늘 앞장서서 누나들을 끌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가을바람이 점점 차가워질 무렵, 노아의 디스크가 재발하였는지 노아는 다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유모차에 실려가는 시간이 반, 다리를 끌며 달리는 시간이 반이 될지언정... 노아는 산책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또한, 디스크가 또 문제라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고통스러운 안과 치료를 받으며 매시간마다 투여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노아를 낫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노아가 그의 방식대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다가 가도록 해주고 싶었다.
노아의 눈동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 하는지 헤아려 보는 순간이 더 잦아졌다.
'이게 노아와의 마지막 산책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던 그날, 가을바람은 한층 더 빠르게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 바람의 속도와 함께 노아가 사라져 버릴까 가슴이 시렸다.
동시에 바삭한 공기가 온몸의 감각을 일깨워 정신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이제 네가 정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하지만 노아를 조금 더 곁에 두고 싶어 한 누나들 때문에, 애당초 노아의 노후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려고 했던 우리의 계획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직접 떠나보내기까지 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처음이었기 때문에...라는 건 핑계고,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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