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에 혼자 남은 투비

31. 노아를 보내고, 이후의 이야기

by 양지우


투비를 보내고 1년이 더 지났다.

남겨진 추억들을 다시 바라보며 이 글을 쓴다.


그동안은 투비의 사진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지금도 사진을 마주하면, 가슴 아래쪽이 먹먹하게 울린다.

그 안에 아직 단단한 돌 하나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감정과 기억들마저 언젠가 희미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남긴다. 사라지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노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 이후,

언니와 나는 투비가 걱정되었다.


노아의 부재로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진 않을까.



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노아의 몸을 투비 곁에 눕혔을 때,
투비는 몇 번 코를 킁킁대더니 조용히 돌아섰다.

그리고 이내 노아 없는 일상에 적응했다.


그 모습이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우리도 이렇게 담담히 이겨내자.”



투비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노아도, 나도 아닌 언니였다.

언니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던 아이.
언니가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세우고,

언니의 냄새를 쫓아 문을 긁던 아이였다.


처음엔 내가 데려온 강아지였지만,

어느새 언니의 그림자처럼 살았다.



우리는 함께 많은 곳을 다녔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나라를 거닐며, 사람보다 더 많은 풍경을 본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를 떠나보낸 후, 그동안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남은 시간만큼은 투비와 가능한 한 많은 순간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비는 이미 16살. 예전처럼 가볍게 뛰어다니지 못했고,

거의 항상 언니의 품에서 세상을 구경했다. (투비와 노아는 개모차를 끝내 싫어했다.)



16살 투비를 안고 꽃시장에 갔던 날.


“투비도 이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그때 투비는 이미 귀로는 들을 수 없었고, 눈도 코앞의 것만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후각만큼은 여전히 또렷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책할 때마다 포대기에서 꺼내, 투비의 코끝에 꽃향기를 살짝 대어주곤 했다.



노아의 부재로 텅 빈 마음을

투비의 온기로 버텨낼 수 있었다.


언젠가 투비도 떠날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간”이었다.
남은 날들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더 함께 살아내기로 했다.




노견을 돌보며

매일 조금씩 멀어지는 아이를 지켜보는 분들,

치매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빛을 견디는 분들,

약 봉투를 챙기느라 하루를 다 쓰는 분들,

그리고

떠나간 아이의 사진을 아직 열어보지 못하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 투비는 2024년 7월 4일 (19살)에,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noaht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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