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특별히 다른 날과 다를 게 없었다.
그냥 일 하러 가는 길,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가
너무 슬프게 마음을 찔러서, 살짝 우울해진 정도의
기분으로 출근 한 날.
오전 업무 중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보통은 “출근했니?” 정도의 확인일 텐데,
오늘은 달랐다.
“할머니가 넘어지셔서 응급실로 가시는 중이야.”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대학 부속 병원 응급실로 오고 계시다는 소식에 점심시간에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앞 대기실에 앉아있는 사촌오빠와 엄마.
오빠의 멍한 얼굴과 엄마를 보며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겨우 참았다.
엄마가 보내 준 엑스레이 사진을 먼저 확인하고,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겨우 가라앉히고 왔는데도
마음은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그렇게 듣던 노인의 낙상사고.
그게 우리 할머니일 줄이야.
고관절 골절, 그것도 복합 분쇄골절.
겁이 났다.
수업 때 배운 모든 상해, 질병의 진행과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92세의 나이로 일도 하시고, 4층 집을 엘리베이터 없이 씩씩하게 오르내리시던
늘 항상 건강하실 것 같던 우리 할머니가
어쩌면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의사 선생님에게 최악의 상황 설명을 들은 우리 가족들은 최대한 빨리 수술 날짜를 잡고 싶었지만,
일주일 뒤에나 수술 가능하다는 말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뉴스로 접하던 의료공백, 전공의 파업 여파 등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떠올랐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변 선배, 친구, 지인.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다행히도 서울 근교 대학병원에서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전원을 요청했다.
옮긴 병원에서는 수술받으실 수 있는 컨디션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처치를 해주셨다.
이틀이 지난 지금, 다행히 할머니도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시는 것 같아 보였다.
할머니는 내일 드디어 수술을 받으신다.
최근 들어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란 적이 없다.
부디, 제발 우리 할머니가 다시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