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다시 1학년입니다

미완성의 나를 데리고 등교하는 법

by 지달이

서른둘, 내 인생의 '재활'이 시작되었다.


기숙사 문을 나서기 전, 나는 옷장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한참 동안 뜯어보았다. 청바지에 후드티. 겉모습은 제법 대학생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내 안의 시계는 동기들의 것보다 12년이나 더 태엽이 감겨 있다.

강의실 안은 2005년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그들은 존재 자체로 생기 가득한 새싹 같아 보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우라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틈에서 나는 왠지 다 말라 떨어진 나뭇가지가 된 기분이었다. ‘서른둘, 1학년 1학기.’ 내 인생의 성적표에는 ‘미완성’이라는 도장이 쾅 찍혀 있었다.


친구들은 이제 ‘대리’나 ‘과장’이라는 명함 뒤에 숨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누구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고, 누구는 유모차를 밀며 주말을 보낸다. 그들이 인생의 중반부를 향해 달려갈 때, 나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서서 운동화 끈을 묶고 있다. 아니, 사실은 운동화 끈을 묶는 법조차 잊어버려 쩔쩔매는 중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서른둘이면 애기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야.”

하지만 그 말들은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지 못한다. 당장 내 옆자리에 앉은 동기가 나를 ‘이모‘나 ‘아줌마’라 부를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음, 공부할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서러운 밤들을 그들은 모른다.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촉박함, 이대로 살다가는 영영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공포가 나를 이곳으로 등을 떠밀었다. 타인의 망가진 몸을 고쳐주는 ‘물리치료’를 배우러 왔지만, 사실 나는 내 늦어진 인생을 수정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내 글들은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다. 오히려 지독하게 늦었다고 생각하며 사는 한 인간이 스스로의 미완성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 나가는 치열한 생존기에 가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너무 늦었어", "이룬 게 하나도 없어"라며 스스로를 가둔 당신에게 내 부끄러운 1학년 생활기를 보여주려 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은 없다. 때로는 엉망진창인 채로, 미완성인 채로 그냥 등교를 하는 것이 인생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일 때도 있으니까.


나의 서른둘은 이제 막 'OT'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