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의 마른빨래를 한 번도 완벽하게 개어 준 적이 없었다.
무수한 빨래 더미에서 자신의 것만 쏙 빼서 개어 놓고 남은 것은 그대로 더미인 채로 있거나, 어떤 날은 무슨 마음이었는지 성심껏 개어놓았지만 서랍 속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화장대 의자에 아무렇게나 놓여있거나, 또 어떤 날에는 완벽히 분류까지 했지만 제 자리를 찾아 넣는 것이 마치 ‘너를 위해 대단한 희생까지는 못하겠어.’라는 양으로 “자, 네 빨래 여기 있어.”하고 그녀에게 직접 내밀곤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옷들이 먼저 눈에 보일 것이며, 제 것만 개고 끝낸다는 건 도무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니, 함께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그의 ‘빨래 개어주지 않기 습관’은 그녀에게 치명타였다.
치명타를 입고도 가만히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나에게 상처를 주면 나도 그만큼의 상처를 돌려주기 습관’을 가진 그녀였다. 그녀는 혼자 마트를 가면 자신이 먹고 싶은 것만 달랑 사 와 당당하게 뜯어먹었다. ‘내 건 안 사 왔어?’ 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응, 왜?’의 눈빛을 돌려보내며 느끼는 일말의 후련함. 예쁜 커플 잠옷을 구경하다가도 기어코 그의 것은 사지 않았다. 그가 몸살이 날 때면 감기약을 내밀거나 따뜻한 국을 끓여주기보다 “병원에 가지 그래.”라는 말로 퉁을 쳤다.
비장했던 복수는 그녀가 돌려받았다. 그는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빨래를 두고 홀로 투쟁한다. 남들은 “고작 빨래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심각해.”, “지 빨래라도 개는 게 어디야.” 하겠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니다. 그녀는 오늘도 빨래를 개는 그를 세모 눈으로 쳐다보며 생각한다. 네가 내 빨래를 온전히 정리해 주는 날, 나도 너에게 마음을 줄 거야. 그녀는 강한 것 같지만 너무도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