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 연구소에 있지만, 아무래도 관심을 갖는 부분은 비지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이다. 연구소에도 진짜 연구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더 큰 그림을 보면 그 연구라는 것도 “왜 필요한가? Needs ”가 있어야 한다. 니즈란 것은 결국 시장에서 오는것이고, 시장은 크게 말하면 고객(소비자)이지만, 그 아래에는 그걸 만드는 수요기업, 그리고 그 아래 아래 단까지 가다보면 결국엔 나의 상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정말 이게 너무 궁금해~ 알고싶다~ 개발해볼까?” 이래서 연구개발이 들어가는게 절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위에서부터 판이 꾸려진다. 뻥까치는 기술도 많고, 아주 뭐 실제론 개판이지만, 그래도 돌아간다. 돌아가야 먹고산다. 모든 위치의 모든 사람들이.
최근 국책부터 상장까지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을 듣고 있다. 대기업과 공생하는 여러 중소기업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바라보며, 어느덧 하나의 공식을 알게 되듯 이 곳의 생태계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테크 단에서 일어나는 비지니스 현장, 판은 어떻게 꾸려지고, 돌아가는지. 사실, 내 주위에 임원급들은 없어도, 그 밑에 중간급 이상의 실무단에서 어떻게 윗분들에게 상을 만들어서 차려가는지에 대해 주워듣는게 꽤나 재밋다. 한편으로는 대충 주워들어도,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 싶다. 압구정 사는 대표님(중딩 따님 논문 건으로, 당시 팔자에 없는 PD수첩 인터뷰 요청도 받았다) 이만평 부지 공장 지으신 회장님, 건너 건너 상부상조.. 다 좋은데.. 그냥 이런 판도 있구나 한다.
사실 중요한건 좋아보이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게 더 의미있다는걸 나이들면서 깨닫는다.그래서 인지,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데 더 시간을 쓰게 된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개발 직군에서 주워듣는 이런 실무 이야기들이 영업/마케팅/전략 필드에 가져가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당연히 인맥 포함해서..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듯.) 그리고 또, 넷플연가 같은 소셜 커뮤니티 모임에 관심이 있는데, 거기서 만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특히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가, 스타트업 직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한 이런 경험들과,작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이야기들이 어떤 케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런 상상도 하게 된다. (사실 별로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걍 굳이 연결고리를 꿈꿔봤다. )
결국엔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도움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거다. 나는 ~를 하는 사람. 그게 굉장히 이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는 필요한 것인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 역할을 줘서, 그걸 하면서 살고 있는게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걸 통해 세상에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지, 인간이라면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사는 것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