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진 마음, 망상과 조현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6화

by 심설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진 마음, 망상과 조현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6화


심설 심리상담센터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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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는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누구도 스펙을 묻지 않았고,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정 받았다.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6화, 김서완



이번 화에서는 시험에 7번 떨어진 공시생, 김서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조현병, 혹은 그와 유사한 정신증적 증상을 앓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정신병리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자칫 쉽게 소비될 수 있는 '망상'이라는 소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왜 그는 망상 속에서 게임 세계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왜 그는 현실의 문 앞에서 다시 증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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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나를 계속 거절했다.


김서완은 '학벌과 성적은 괜찮지만, 다른 스펙은 없다.'는 이유로 취업에 실패했고, 공무원 시험에 인생을 걸게 됩니다. 하지만 매번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고, 점차 현실의 실패는 '존재의 무가치함'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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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부만은 잘했는데.."

"공무원 시험만이 남은 유일한 길이었는데.."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통로가 한 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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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길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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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연히 시작한 온라인 게임에서, 김서완은 '길드'라는 가상 커뮤니티를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스펙도, 경쟁도, 서열도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만 잘하면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세계


'너는 여기서 쓸모 있는 존재야.'

'넌 우리 파티의 소중한 일원이야.'


그렇게 김서완은 게임 속 자신에게 몰입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퀘스트를 깨는 주인공'이라는 망상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망상은 단순한 현실 회피가 아니라 자신이 처음으로 존재감을 느낀 세계였던 거죠.



치료 후, 다시 찾아온 현실의 벽


병동에서 치료를 받으며 김서완은 서서히 망상에서 벗어나고, 현실감을 회복해 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고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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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험은 얼마 남지 않았고, 공부를 못 한 자신은 또 낙오자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다 다시 결심하죠.


'그래도 해보자. 다시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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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박을 나가 학원 앞까지 간 그 순간, 다시금 과거의 기억들이 몰려옵니다. 그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벅차서, 결국 망상이 다시 시작되고, 그는 병동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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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뒤에 숨은 이야기


드라마는 이 장면에서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것'처럼 꾸몄다고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 정신병리는 이보다 더 복합적인 맥락이 작용합니다.


정신증적 증상은 단순히 '도피'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에 대한 마음의 붕괴입니다.


현실의 고통이 너무 커서 의식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망상의 기능입니다.


(아마도 극중에는 이런 것을 온전히 묘사할 방법이 없으니, 김서완이 상황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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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해야 할 질문


김서완의 이야기는 '현실을 피하는 약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이 너무 적은 사회에서, 끝없이 거절당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넌 괜찮아."

"실패해도 넌 의미 있는 사람이야."

"그냥 존재하는 너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


이런 말 한마디 없이, 오직 결과와 성취로만 평가되는 사회 속에서 김서완은 그저 살아남으려 애쓰던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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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오는 것처럼, 회복도 가능하지만 그 회복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 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함께 있어야만 그 사람이 진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넌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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