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장화 그리고 부침개
비가 온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비가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날이 엄청 끈적이고 더웠는데 비가 오니까 시원한 바람이 불고 뭔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고, 공기가 맑아지는 것 같아서 좋다. 잠깐 오는 비는 좋지만 앞으로 장마가 시작이라는데, 계속 비가 온다는데, 안 마를 빨래들이 걱정이며, 출근하고 학교 다닐 식구들이 걱정이 된다.
어제는 작은 아이 장화를 구입했다. 1~2주 내내 비 예보가 있어 장화 신고 다녀야 할 텐데, 그새 또 컸는지 장화가 작다고 한다.
아이들 어릴 때 비 오는 날 둘이 학교에 가면 장화 신고 우산을 쓰고 갔다. 아파트 12층에서 아이들이 터벅터벅 학교 가는 모습을 보는데 왜 이렇게 귀여운지... 혹시나 양말이 물에 젖을까 "물 구덩이 피해서 잘 다녀와." 하고 소리쳐주면 "응!" 하고 해맑게 대답을 하고는, 뒤돌아서서는 물구덩이만 찾아다니며 첨벙거리던 따님들이 생각난다. 청개구리인지 난 분명 피해 가라고 했는데, 물장난하면서 가는 따님들이었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게 많았던 아이들이라 학교 가는 길이 참 멀었다. 분명 5분~1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도착한 시간을 보면 이제 도착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서 일부러 좀 일찍 내보내곤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나도 나갈 일이 있어 같이 나갔는데 역시나, 이거 구경해, 저거 구경해... 이것저것 참견하느라 한참을 걸려서 학교에 가더라. 지각 안 하는 게 용하네.
그 모습마저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그냥 직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좀 컸다고 시간은 보고 학교 가는 것 같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 저녁을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난다. 아 비가 오지? 뭘 해 먹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신김치도 있고, 애호박도 있어서 부침개를 하기로 했다. 부침개는 신랑이 진짜 좋아하는데 오늘도 늦겠지? 반죽 조금 남겨놨다 신랑 오면 야식으로 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