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물어뜯는 버릇

버릇일까 병일까

by 앙마의유혹

나에겐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다. 손을 물어뜯는다. 단순히 손톱을 뜯는 걸 떠나서 손톱 옆에 있는 살점도 뜯어버린다. 그렇다 보니 손을 뜯어서 피가 나기 일쑤라 주변에서는 마흔 넘어서까지 손 뜯냐고 한소리씩 하곤 한다. 수시로 아플 정도로 뜯어서 피가 나는 건 일도 아니다. 근데 왜 그러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습관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 뜯고 있다. 뜯다 보면 멈출 수가 없고, 이미 내가 손을 뜯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도 멈춰지질 않는다. 정말 지독한 버릇이다.


KakaoTalk_20240628_153956973_01.jpg 오늘은 다행히 피는 안나네... 피나기 일보직전까지만 뜯었었나...



언제부터 손을 뜯었을까 생각해 보면 꽤 어렸을 때부터였던 거 같다. 소위 말하는 애정결핍인 것 같다. 그렇게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질 못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항상 뭐가 불안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손톱에 때가 끼면 그걸로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을 것 같아 손톱에 있는 때를 제거하려고 뜯기 시작했었다. 첨엔 그 사이에 있는 때만 빼려고 했었겠지만 워낙 흙을 많이 만지고 놀고 그랬기 때문에 쉽사리 제거가 되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손톱을 물어뜯어 제거를 한 것 같다. 그렇게 어릴 땐 손톱만 뜯었었는데, 고등학교 되서였나 그때 손톱 아래에 붙어 있던 일어난 살들이 보기 흉해서 집어 뜯기 시작했다. 그걸 깔끔하게 잘라냈어야 하는데 집어 뜯으니 피가 나고, 또다시 일어나고의 반복이 됐던 거 같다. 거기다 그걸로 모자라 성인이 돼서는 손톱 주변에 있는 살들을 뜯기 시작했고, 뭐가 걸리기만 하면 뜯어대기 시작했으며 손에 피가 나지 않는 적이 드물게 되었다.



KakaoTalk_20240628_154639689.jpg 이렇게 화려한 네일을 한 적도 있구나



뭔가 불안할 때, 생각이 많을 때, 걱정이 많을 때, 심심할 때 뜯게 되는 거 같은데 이 버릇이 나 자신도 좋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20~30대 때는 네일아트를 하면서 덜 뜯었다. 하지만 손톱이 얇아지고 네일을 안 하기 시작하니 또 뜯기 시작했고 그게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 손톱은 길어 본 적이 없다. 항상 이렇게 짧은 상태... 네일 할 때도 연장을 해서 네일을 했었다.


KakaoTalk_20240628_153956973.jpg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아본 게 언제더라...


근데... 저기 나와 똑같이 생긴 작은 딸이 뜯고 있다.

뜯지 말라고, 왜 뜯냐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뜯고 있는 내 딸.

생각해 보니 딸아이도 마찬가지로 언젠가부터 손톱깎기로 손톱을 깎아준 적이 없는 거 같다.

아주 어릴 때 빼고는 내가 깎아주질 않았던 거 같다. 혼자서 깎은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딸도 안다. 나야 어릴 적 환경이 그래서 그렇다 할 핑계가 있지만 도대체 너는 왜?? 너도 애정결핍인 거니?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생각하는데 사랑이 부족한 건가, 아니면 나도 모르는 뭔가로 인해 이런 버릇이 생긴 걸까...



어느 날 작은 딸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손톱은 왜 이렇게 짧아? 손톱이 안 길어?"


이 물음에 답할 수가 없었다. 차마 나도 너처럼 손톱 뜯어서 그래라고 말을 못 하겠던...


손 물어뜯는 버릇은 버릇인 걸까? 아님 병인 걸까?

과연 내가 딸아이에게 손 뜯지 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건 하지 말아야지. 넌 내 딸이 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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