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두고 떠나본 나만의 1박 2일 여행은 언제였을까. 내 기억으론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의 학원장님들이 모이는 워크숍이자 힐링캠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자발적으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애썼다고 나를 칭찬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교육도 게임도 음식도 숙소도 모두 좋았다. 그 펜션에 상주견인 골든 리트리버도 좋았고, 그 개와 함께 너무 잘 어우러진 그 숲 속의 풍경 하나하나가 거짓말처럼 고왔다.
학원성장을 위한 실천팁 같은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에 비할 수 없는 너무 큰 선물을 받아왔다.
고민이었다. 어떤 어른으로 늙어가야 할까. 허황된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인공적인 조명이었을지언정 빛나던 것들이 하나씩 꺼져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 나의 초라함이 보일까 위축이 되기도 한다.
그런 요즘을 살다가 만난 '어른'이었다. 나보다 나이로도 15살에서 20살 정도 많은 어른이 맞고, 경험과 성공으로도 저만치 멀리 앞서 가 계신 분이었다.
지금 뭘 더 배울 게 있을까 싶은데, 젊은 사람들한테 너무 많이 배워가서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다 하셨다.
커가는 와중에 실패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 얘기들을 듣고 하나, 두 개라도 줄이면서 성장하면 좋겠다시며 경험을 나눠주셨다.
학원 여러 개를 운영하시며, 강아지 3마리와 주택생활을 하신다. 마당에 꽃도 키우고 나무도 키우시면서. 화려하고 예쁜 꽃이 아니라, 씨앗부터 키우고, 한 가지 물에 꽂아 뿌리내려 심어주고, 그렇게 소박한 정원을 만들어 가신다. 지금도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하신다. 마지막 꿈은 해변가에서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점을 하며 살아가는 거라 하신다.
나는 학원 다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나머지는 모두 내가 어렴풋이 꿈꾸며 살던 나의 15년 후쯤의 모습이라 듣는 내내 속으로 놀랐다. 나의 희미하던 꿈대로 그렇게 살고 계시는 분을 실제 만난 거다. 그래서 그 꿈이 좀 더 또렷해지는 기적을 경험했다.
이렇게 다 이루고 사시는 듯 보이는 원장님이 강아지 앞에서만 우신다고 하신다. 힘든 일이 있어도 꾹 참았다가 마당에 앉아 혼자 울면 강아지들이 위로를 해준다고.
이렇게 다 이룬 듯한 '어른'도 우는구나. 고통이 없는 삶을 바라는 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 수 있겠구나.
고통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겠구나.
꾹 참은 눈물이 헤어지는 길에, 감사인사를 전하다 터지고 말았다. 꼭 안아주시면서 말씀하셨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그게 최선이다. 다시 살아도 그 선택을 할 거니, 너무 애달아하지 말아라. "
내 힘듦과 고민들을 너무 가까운 사이와 나누기는 어렵다. 그들에게 내 아픔이 크게 느껴질까 두려워 내놓지 못한다. 그런 마음을 처음 뵙는 분께 털어놓고,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다 꺼지고 다시 새롭게 내면에서 빛이 차오르기를,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런 보석 같은 인연이 나의 빛에 기름 한 방울 한 방울이 되어주기를..
그렇게 다시 빛이 나는 날, 그 빛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비춰주는 어른이 되어 보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