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한복 입은 소녀들

기억이 나를 부르다

by Bloom지연

기억이 나를 부른다.

오래전 마음 어딘가에 접어두었던 풍경이

천천히 떠오른다.


노란 꽃잎 피운 모감주나무 아래

한복을 입은 두 소녀가 서 있다.

소녀들의 눈빛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나를 바라본다.


그 장면을 잊은 적은 없다.

다만 오래도록 꺼내지 못했을 뿐.

숨겨두었던 기억 앞에 조심스럽고 미안해진다.


풍경을 그림 속으로 데려온다.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힌다.

소녀들에게 어떤 색을 입힐지 한참을 고민한다.

너무 어두우면 마음이 꺼질 것 같고,

너무 밝으면 미안해진다.


글로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말보다 먼저 가슴에 닿았고,

나는 그 무게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인다.

그저 슬프게만 그리고 싶지 않다.

그 나이의 어여쁜 소녀로,

다시 이곳에 데려오고 싶다.


나는 천천히 이 길을 걷는다.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름들과

잊히지 않아야 할 기억을

동화라는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불러내기 위해서다.


기억을 이야기로,

아픔과 상처를 꽃으로 피어나게 바꾸는 작업은

때론 슬프지만 언제나 아름답다.



나는 기억을 쓰고,

그림으로 피워내는 작가 배지연이다.


Illustration by Bloom ji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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