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처음 이야기는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리 조각 하나를 손에 쥐고, 작은 아이가 눈부신 초록빛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빛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파편일 뿐이었지만, 하린에게는 세상을 붙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다른 한 아이는 도시의 골목을 따라 걸었습니다. 구호가 적힌 낡은 종이와 형의 발자국을 좇으며, 민수는 세상의 불의와 정면으로 맞닥뜨렸습니다. 소년에게도 조각이 있었습니다. 소라껍데기처럼, 언제든 귀를 대면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는 비밀스러운 통로였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서로의 손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보이지 않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하린의 바다와 민수의 골목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 안의 두려움과 용기, 상실과 그리움은 닮아 있었습니다.
어떤 진실은 너무 무거워 오랫동안 땅 속에 묻히기도 합니다. 어떤 진실은 너무 아파 입술 끝에서 멈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이 묻혀도, 아무리 길게 침묵해도 언젠가는 작은 틈으로 빛처럼 스며 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우리가 그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만난 것은, 결국 기억의 힘이었습니다. 기억은 슬픔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억은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미래를 다시 써 내려갈 용기를 줍니다.
하린과 민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의 귓가에 맴돕니다. 때로는 바람에 실려오고, 때로는 물결에 흔들리며,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잊지 말아 줘.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남긴 조각들을.”
진실은 완전한 형태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부서진 유리처럼, 닳아진 소라처럼, 흩어진 파편으로만 남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전체를 봅니다.
그것은 한 아이의 이야기이자,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이며, 한 시대의 비극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사라진 시간 속에서 남겨진 것은 아이들의 숨결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일이 곧 우리의 진실이 되길 바랍니다.
에필로그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진실의 조각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며, 이제는 우리가 그 조각들을 이어 붙여 나가야 합니다.
조각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
그 빛에 드러나는 얼굴,
흩어진 파편이 별이 되어 머무는 하늘.
그곳에서 기억은 여전히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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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2025년, [진실의 조각들]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이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더해져 이 작품이 끝까지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로 한 장의 서사를 덮지만,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흩어진 조각들이 별빛이 되어 남듯, 이 글 또한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곧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Bloom지연
Pieces of truth remain with us,
waiting to be rememb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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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지연의 브런치 스케줄 (25.09.11 이후)
• 월 – 연재 <진실의 조각들>
• 화 – Bloom지연 (읽다/쓰다/그리다/사적인)
• 수 – 원고 준비
• 목 – 연재 <진실의 조각들>
• 금 – 개인 작업
• 토 – 연재 <진실의 조각들>
• 일 – 댓글 한 스푼
발행 시간 : 월 · 화 · 목 · 토 · 일 AM 07:00 발행
연재는 잠시 쉬고, 매거진은 계속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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