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여름의 소녀, 너를 만나다
나는 그들 곁에 조용히 닿는다.
아이들은 나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있던 사람처럼,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처럼
그들의 놀이 안에 내가 스며든다.
마사코가 내게 손을 내민다.
하얀 소매가 가볍게 흔들리고,
그 안에 담긴 눈빛이 나를 향해 바라본다.
“한복 입은 거, 언니도 어울려.”
나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다.
이름을 묻기도 전에,
그 아이는 이미 나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 순간, 옆에서 옥이가 내 손을 꼭 잡는다.
말없이, 따뜻하게.
마사코는 우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고무줄을 튕긴다.
햇살이 파랗게 떨린다.
옥이는 잠시 평상에 걸터앉는다.
양손으로 무릎을 감싼 채,
마당을 바라본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고무줄이
여전히 공중에 투명하게 매달려 있다.
그 사이로 마사코가 발을 내디딘다.
서툰 발놀림,
고무줄에 걸린 작은 발.
몸이 휘청이고,
마사코는 그대로 마당에 주저앉는다.
옥이의 웃음이 먼저 터진다.
까르르.
그 맑은 웃음에 마사코도 따라 웃는다.
두 아이의 웃음이 한낮의 하늘로 번진다.
나도 어느새 웃고 있다.
잠시, 아주 잠시.
아득한 그늘 같은 기억은 잊고,
지금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나도 머문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사코 곁에 다가가 앉는다.
주저앉은 그 아이는 여전히 숨을 몰아쉬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짧게 똑 잘린 단발머리.
땀에 살짝 젖은 앞머리.
햇빛에 물든 뺨 위로
말괄량이 같은 미소가 번진다.
그 아이를 바라보다 문득,
내 딸이 겹친다.
그 아이와 너무도 닮은
또 다른 여름의 소녀.
그 순간, 마사코가 나를 본다.
눈이 마주친다.
말없이 웃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속삭인다.
그래, 너희는 참 예쁘다.
지금 이 여름은 정말 예쁘다.
눈앞에 한 줄기 빛이 일렁인다.
아주 오래된 여름의 온기가,
내 마음에 닿은 것만 같다.
익숙한 무언가가 시야를 스친다.
작은 꽃잎의 윤곽.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며,
빛 속에서 부드럽게 떨린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춘 채,
그것을 더 가까이,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어진다.
향을 맡고 싶고,
결을 느껴보고 싶다.
햇살이 스며든 마음 한편이
서서히 열린다.
열린 틈 사이로,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물기가 번진 유리호프스 잎이 다가온다.
그 너머로
하얀 하나의 얼굴이
내 시야 속으로 들어온다.
그 아이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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