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축 속, 나의 궁전

7악장

by Bloom지연

— Finale dolce

(피날레 돌체: 마지막 악장을 부드럽고

감미롭게 마무리한다.)

모든 환상은 사라지지만,

음악은 여운으로 남는다.

기억은 눈을 열었다.

선율은 꿈의 끝자락을 당긴다.


밤은 감정을 접고 물러난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모두 음악 속에서

안겨진 기적 같은 밤이었다.


문득,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숨을 들이쉰 채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밤비.

그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밤비는 없었다.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

나는 발끝을 내려다보았고,

검은 진흙처럼 퍼져 있던 어둠의 흔적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 악사—

그가 마지막 선율을 남긴 자리에

이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걸까?




나는 숨을 들이쉰 채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따뜻했던 선율은 물러가고,

다 식은 바닥에서부터

현실이 밀려 들어왔다.


환상이 꺼지는 소리.


나는 그 안으로

천천히, 가라앉듯 빠져들었고—

이내, 눈을 떴다.


따뜻했던 선율이 물러나고

낯익은 천장, 벽,

그리고 고요한 아침의 공기.

꿈처럼, 모든 것이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건—

전축이었다.


바늘이 멈춰 선 레코드판은

언제 정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어째서 이곳에 누워 있었는지,

음악은 언제 끝났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 곁에—

밤비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아이가 내 곁으로 온 것인지

확실하진 않다.


다만, 분명한 건

그 모든 연주는 정말로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밤비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여느 때처럼 말이 없었고,

작은 눈은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에 맞춰

밤비의 귀가 아주 살짝, 쫑긋 움직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고요해졌지만

나는 그 미세한 반응이

환상 속 음악처럼

내 안에 깊이 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밤비의 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방 안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두 손을 가슴 위에 얹었다.

마치 그 연주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는 것처럼.


전축은 조용히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끝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창밖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이쳤다.

그 빛이 밤비의 뺨을 살짝 스쳤고,

나는 문득 그 아이가

미소 지은 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상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다시 시작되니까.


나는 다시 밤비를 바라보았다.

“너도 들었지, 그렇지?”

조용히 말을 건넸지만, 대답은 없었다.


방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났다.


“루치아, 거기 있었구나. 아침 먹자.”


엄마였다.

어제처럼 익숙한 목소리.


“응, 금방 갈게요.”


나는 밤비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전축은 멈춘 채 그대로였지만,

내 안엔 여전히

어떤 소리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밤비야…”

나는 작게 속삭였다.

“우리가 진짜 연주한 거,

나만 기억하는 건 아니지?”


라이킷과 구독은, 창작자에게
따뜻한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머문 마음은 댓글에,
인연은 책동무로 이어집니다


#전축위의궁전 #7악장 #FinaleDolce

#밤비와루치아 #감정의피날레 #환상의여운

이전 08화깨어나는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