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숲에서 피어나는 작가의 꿈

브런치에 심은 씨앗, Bloom지연

by Bloom지연

<쓰다>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다


브런치라는 숲에는 작은 씨앗들이 심겨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다.

나는 내 이름을 속삭여 보았다.

Bloom지연

이 이름은 서서히 꽃처럼 피어나,

기억을 품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씨앗에서 꽃으로, 기록에서 이야기로,

그 길 위에서 나는 자란다.




“엄마, 이번 동화에는 동물들이 나오네?

와, 진짜 귀엽다!

그럼… 동화 속에서는 동물들이 말도 해?”


나는 대답을 잠시 머금었다.

엄마로서, 아니면 작가로서?

방 안은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로 가득했지만,

노트 위에 글자를 얹는 순간만큼은

한 줄기 바람이 스쳐 가는 듯했다.

막내는 출판사 사장님이라도 된 듯

작은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팔짱을 낀 채

내 원고를 들여다본다.


“동물들은…”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

책상 밑에서 뾰족한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가 나타났다.

“집중해라.”

녀석은 글이 막힐 때마다 나타나 내 등을 떠민다.

그 가시는 날카롭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나태해질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그 작은 몸으로 부지런히 나를 일으켜 세운다.


졸음에 고개가 떨어질라치면,

개구리가 목청껏 노래한다.

“개굴! 개굴! 잠깐 쉬어 가.”

나는 그 소리에 놀라 물을 마시고,

막내는 장난스레 개굴개굴 울며 웃는다.

웃음은 그대로 문장 속으로 흘러든다.

순간, 이 무더운 오후조차

하나의 동화 장면처럼 환해진다.


부엌 구석에서는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 나온다.

반나절이 걸려 책상 밑에 도착할 즈음,

내 원고도 몇 장 더 늘어나 있다.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걸음.

그것은 곧 내 하루이자 내 글의 속도다.

그 모습이 곧 내 하루의 시간표 같다.

더디게 보이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밤이면 반딧불이가 방 안을 맴돌며

문장마다 불을 밝힌다.

깜빡이는 불빛은 내 글에 붙는 작은 주석 같다.

희미하지만 확실한 빛.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건

늘 이 작은 불빛이었다.


나는 슬쩍 웃으며 막내의 질문에 대답한다.

“이번에 준비하는 역사동화는

동물들이 주인공이란다.

그래서 먼저 내 글에 찾아오는 거지.”


막내는 심사위원처럼 빨간 펜을 들고

내 원고를 뚫어져라 본다.

“음, 이 글… 나쁘지 않네.”

그 말에 나는 웃음이 터진다.

그 한마디가 무거운 여름밤의 피곤함을 녹여 버린다.


그리고 글상자를 열면,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어느 시대인지 알 수 없는

작은 아이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우리 딸 또래 같기도 하고,

지나가던 이웃집 아이 같기도 한 얼굴들.

그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웃음을 건네고, 인사를 건넨다.

“기억해 줘.”

작지만 선명한 그 목소리가 내 마음에 오래 머문다.


아직 내 서재는 부엌과 거실 사이

작은 책상 한편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짜 서재를 갖고 싶다.

그곳에는 오늘의 동물 친구들과 아이들의 웃음까지

함께 들어올 것이다.

종이 냄새와 오래된 활자의 숨결이 섞이고

나무 책장이 사계절 내내 햇살을 머금고,

내가 붙잡아온 이야기들이

제법 근사한 책의 무게를 지니게 되리라.


브런치는 내게 숲과 같다.

글을 쓰는 순간, 나의 일상과 동화가 포개지고,

작은 동물들의 목소리가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그 작은 동물들과 함께,

다른 시대를 살아온 옛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독자에게 건너간다.

우화의 외피를 두르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숲은 언제나 조용히 기다려 주고,

내가 적은 문장들을 바람처럼 흘려보내며

더 멀리 퍼뜨려 준다.

숲길을 걸을 때마다

여러 갈래의 새로운 길이 나타나듯,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또 다른 길을 열어 보게 한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도 스며드는 빛은

오래 묵혀 둔 기억을 밝히는 문장과 같다.

때로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아픈 역사를 비추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나는 아직 완벽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여름의 하루하루가 이미 한 편의 동화였다.

아이의 질문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살아 있다.




나는 이 브런치에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작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시 불러내고 싶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

작은 동물과 작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잊힌 진실을 이어 붙이는 작가.


목소리를 들어주고,

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작가.

그것이 내가 브런치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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