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쥔 손을 펴야만

느리게 읽기 2: 길을 찾는 도덕경

by 예그림
도를 따르는 자는 채우려 하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았기에 낡은 것은 도의 품 안에서 늘 새롭다.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 p. 69.


무소유, 미니멀리즘.

둘 다 일상에서 도를 실천하는 방식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계속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비우고자 하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내가 도덕경을 읽는 것 역시 채움의 욕망이다.

'내 안에 도를 담고 싶다'라는 욕망.

그것조차 비워야 도를 따를 수 있다.


이전에 썼던 글이 떠오른다.

손에 가득 쥐고 있으면 추가적으로 무언가를 쥘 수가 없다.

다른 더 좋은 것을 쥐고 싶어도, 쥐고 있는 손을 펴지 않는 이상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담은 글이었다.


더 나아가면, 얻기 위해서 놓는 것을 넘어 그냥 비워두어야 하는 것 같다.

불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공수래공수거(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니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쥔 것을 놓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손이 비어있어야만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지고,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놓아두고 손을 비우면,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쥐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을 쥐어볼 수 있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역시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얻는 것보다.

가진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게 마련이다.

왜 놓으면 안 되는지도 모른 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자꾸만 더 움켜쥐게 된다.


채우고, 쥐고, 붙드는 것.

추구하고, 욕망하고, 바라는 것.


그것을 놓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자유로울까 싶다.


얕은 말이고 아마 나중에는 뒤집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공자가 말하는 깨달음이 '올바름'이라면,

노자가 말하는 깨달음은 '자유로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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