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해 첫날에 새해를 맞는 다짐과 작년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연말까지는 그 한해를 충실히 살아내는데 집중한다.
다음 해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무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예측으로 한 해의 마지막을 다 쓰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서는 올 해의 키워드가 무엇이 될까를 일상에서 계속 화두로 삼고 생각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정하기보다는 생활을 이어가며 계속 생각하고, 어떤 키워드가 내 한해를 만들어나가기에 가장 적합할지를 고민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내가 정한 올해의 키워드가 그 해 나의 삶의 모습을 잘 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뜻에서 '언령'이라는 단어가 있다.
막상 그 해가 지나고 났을 때 내가 올 해의 목표로 삼아보자고 한 것들이 큰 흐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더욱 신중하게 되었다.
2025년도 그랬다.
2025년 나의 키워드는 '잘 흘러가기'였다.
'흘려보내기'도 아니고 그냥 흘러가기도 아니고 '잘 흘러가기'.
2025년을 되돌아보면 잘 흘러갔다.
나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과 다른 갈래로 흘러갔지만, 어쨌든 멈추지 않고 잘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보고,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순응해 보는 시기.
그것을 잘 배운 시기였다.
https://blog.naver.com/jiyeoni5/223749090110
2026의 키워드는 '변화'로 잡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자주 사용해 오던 말이다. '변화'와 '성장'
변화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변화'는 좀 다르다.
내가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 온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의미보다는 '변화를 따라가고 받아들이는' 의미에 가깝다.
능동적 변화라기보다는 수동적 변화랄까.
두 단어 중에 고르라면 나는 수동보다 능동을 좋아하지만,
올해는 좀 수동적이어 보려고 한다.
내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올해는 이미 많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크게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
작게는 그로 인해 일을 멈추고 휴직하는 것.
남편이 대학원 생활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하는 것.
셋 다 예전 같으면 벌벌 떨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두려워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두렵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흐름에 맡겨보려고 한다.
내가 방향을 틀어서 통제하려고 할수록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니까.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일도 얼마나 큰 일이며,
꽤나 워커홀릭이고 스스로 일을 하며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나이고,
남편과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것 역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나는 적응해 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의 키워드를 '적응'으로 해야 하나, '변화'로 해야 하나도 고민했지만,
그래도 '변화'로 가져가기로 했다.
변화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망설이기보다는 발을 담가보자는 의미로.
너무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기에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아 보기로,
큰 변화도 두려워만 하지 말고 바뀌는 김에 한 번에 다 바꾸어 보기로,
180도 바뀐다고 하더라도 180도 또 바꾸면 다시 원래 대로니까.
하지만 그 회전의 에너지는 나에게 남을 테니까.
올해의 나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의 걱정과, 기대와, 다짐을 하며.
무엇이 되었든 변화에 몸을 던져 보기로 결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