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예그림의 단어사전

by 예그림

'다들 그렇게 살아.'

'다들 그렇다고 말하던데.'


과거 이 말은 나에게 큰 위안과 위로를 주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안도,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다들'이라는 말은 나에게 꽤나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워딩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내 마음과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임신 과정을 거치면서

출산 용품을 준비하면서

출산 후의 삶을 상상하면서


특히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이 어려워졌다.


나는 만삭 사진도 찍고 싶지 않고

육아일기도 쓰지 않는다.

입덧이나 임신 중의 호르몬 날뜀? 도 크게 없었다.


첫 아이지만 육아용품의 90퍼센트는 물려받은 것들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대신 다들 2~3주하는 산후도우미를 6주 이상 신청했고 가능하다면 더 길게 쓸 것이다.

친정 시댁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만 도움 받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내게 친정 근처로 이사 가고 부모님들께 도움을 받게 될 거다.

필수 육아템을 사야 된다.

조리원 동기를 사귀고 공동육아를 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나를 걱정하는 진심 어린 조언임을 알기에 더 어렵지만 그 '다들'에 속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데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방식대로 내 스타일에 맞게 해나가 보고 싶은데..

'다들'의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결론은 보통 애들마다 엄마마다 다르다로 귀결되던데....


유튜브에만 봐도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그 '다들' 한다는, 안다는 것들이 오히려 나에게 압박을 준다.




조금 내려놓아본다.

다들 그렇다는 걸 알고만 있어 보자고.

내가, 우리 아이가 다르면 다른 대로,

또 다들을 따라간다면 따라가는 대로 그때 해보자고.


결국 아이가 나에게 사랑을 주고,

나 역시 아이를 키워낼 것이라는 결론은 같으니까.


다들의 위안을 받지만, 다들에 휩쓸리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 본다.


꼭 다들에 들어가지 않아도

결론에서는 다들 그랬듯이 엄마가 되어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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