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그림의 단어사전

by 예그림

나는 태어나서 25년간 서울에 살았고,

지금은 10년째 경기도민으로 살고 있다.


약속이 있어 서울에 온 오늘

어쩜 이리도 서울이 낯선가 싶다.


분명 25년을 서울 시민으로 살았고, 나름 수도권에 속하는 경기도에 사는 데도 참 낯설다.


1. 교통

경기도 중에도 서울에 바로 붙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우리 집은 일단 지하철로 바로 연결은 좀 어렵고 버스로 서울 중심부로 와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우리 지역에서 인근한 지역으로 갈 때도 직행 버스가 없다는 것이다.

지도 앱을 찍어보면 배차간격 80분인 버스 한 대를 기다려 굽이굽이 가거나,

심지어 추천 경로는 서울 강남에 버스로 와서 다시 해당지역에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서울에 살 때는 당연했던 지하철이 이렇게 귀중하다니...


2. 인파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평일 낮인데도 거리 곳곳에 사람들로 가득하고 활기가 넘쳐난다.

백화점도 여백의 미가 넘치는 우리 지역과는 다르다.


명동역 서울역에 오가는 외국인,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도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3. 문화와 혜택

이건 지역구별로 차이가 크겠지만

청년 혜택 임산부 혜택 이벤트 이런 걸 찾아보면 서울 시민 대상이 참 많다.


유튜브에서 임산부 혜택이라고 정보를 주는 항목 중 경기도민인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혜택들도 있다.

서울 임산부 대상으로 준다는 대중교통비 지원금 70만 원도 얼마나 부러운지...

(우리 지역은 0원이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보다는 자차 이용이 활성화되어있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서울에 살아온 나는 서울에 사는 것이 당연했기에 그 안에서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에 대해 무지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한 거니까.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예민하다고 하던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보니 그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다 문득 반대로 생각해 본다

서울 사람이 아닌 것의 장점을.


그래도 낮은 인구밀도로 여유 있는 거리.

나중에 생긴 도시라 정돈되어 있는 길과 주변 환경.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짝은 벗어난 마음의 여유 같은 것들.


아마 이것들도 잃고 나면 소중해지겠지.



'서울'은 지명이기도 하지만 일반 명사이기도 하다.

일반 명사로는'수도'와 비슷한 의미로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있는 곳'을 의미한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까지 모두 '서울'출신이라 어릴 때는 명절에 시골에 간다고 하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왕복길이 쉽지 않은 고행임을 알지만 그때는 여행 가는 것 같은 친구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집에 귀가하는 길인 지금.

어릴 때를 기준으로 하면 나는 여행을 떠나는 중인 것인데, 지금의 기분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한 나라의 중심이 '서울'이라면,

내 세상의 중심은 '우리 집'이니까.

괜히 서울이랑 비교하고 부러워할 필요 있나 싶다.


잃고 나서 아쉬워하기 전에 누려보자

나의 중심을, 나의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