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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 Apr 07. 2020

우리 만나기 100미터 전

공감숙소(共感宿所) 3화

처음 숙소를 시작하며 어떤 이름으로 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역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지칭하는 명칭은 필요하다.

숙소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1년간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지연스쿨 프로젝트로 공간의 간절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친구나 제자들이 한 달에 최소 한 두팀은 일본에서 오는데, 가끔 집에 편하게 묵게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늘 가졌던 것.

지연스쿨 이란 명칭에 익숙해 진 그들에게는 다시 내 이름을 붙이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연하우스  

땅땅.

자기애가 그렇게 강한 게 아닌데,, 말할 때도 불릴 때도 왠지 부끄럽다.


게스트에게 줄 명함도 만들고(이 명함의 힘은 나중에 계속되는데, 아날로그 안내지가 있으면 택시에서 내릴 때나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 보여줄 수 있다), 조금씩 준비를 더 해 나갔다.

처음에는 드나들기 편하게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방을 게스트용으로 사용했으나, 게스트들이 거실까지 우물쭈물 나오질 않는다. 아마도 자신이 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인 것 같아, 거실 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위치도 바꾼다.



지연하우스가 있는 곳은 서울역에서 도보 20분 정도 떨어진 남산 밑 후암동이었다.

서울역에서 나와 서울로를 건너 힐튼호텔을 지나 남산도서관 쪽으로 걸어올라가는 코스.

나는 사실 숙소를 정할 때 산책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있고 가격이 저렴하면 별 상관 안 하고 예약을 하던터라, 이곳 역시 나같은 여성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그냥 나 같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날씨 좋은 날 빨래 말리기

하지만 호스트 입장에서는 예약률이 떨어지고 집까지 오는 경로를 무진장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며 그게 어려울 시 게스트를 픽업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힐튼호텔과 남산도서관 가는 쪽은 능선이고 마지막 언덕은 깔딱고개 같은 경사라, 짐을 끌고 가는 게스트에게는 굉장히 난이도 있는 경로였던 것.


와,, 앞에 남산타워 따악! 보이고 어?, 남산도서관에 용산도서관까지 큰 도서관이 두 개나 있고 어?, 남산둘레길에서 트레킹도 하고 어?,, 남대문시장도 있고,, 경리단길 이태원도 가깝고(도보30분임) 어..?  엄청 좋네!

하고 별 생각 없이 집을 선택한 4개월 전의 나.

게스트 입장에서는 언덕 있어, 역 멀어, 주변에 식당 없어, 가게 없어.... 별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조건이라는 것을 집을 선택할 때는 잘 몰랐다.

그냥 집을 감성으로 찾은 것.



그래서 시작한 서울역에서 게스트 도보 픽업.

만나는 장소는 대부분 서울역 2번 출구 광장 강우규 의사 동상 앞.

보통 게스트와 여러번의 채팅으로 만나게 되면,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나름 과정이 있다.


만남의 광장 항상 감사했습니다 강우규 의사님

서울역 동상 할아버지에 대한 간략한 스토리 텔링으로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잠깐 깨닫게 한 뒤, 서울로로 올라가서 그곳의 모습을 보여 주며 다리 밑으로 보이는 뷰에 잠시 취하게 한다.

특히 밤에는 대우빌딩 불빛이 현란해서 게스트들의 마음을 꽤 매혹시켰다.

대우빌딩의 열일

여유가 있으면 남산공원 입구에서 조금 진입해 김구선생 동상 앞의 넓은 풀밭과 산성 그리고 타워를 보여 주면 모두 와우 원더풀! 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숙소 진입 전 사전 관광 완성.

서울로 야경
김구 선생 동상과 남산 타워 그리고 벌판


여행은 왜 왔는지, 서울은 몇 번째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은 뭐가 있는지 등등 소소한 질문을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게스트도 마음이 풀어지며 대답을 하곤 한다.

특히 오르막길을 오를 때 허튼(!)소리를 해 웃겨 주는 게 포인트.

몇 마디 농담으로 본인이 지금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막 길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게 해야 서울과 숙소에 대한 첫인상이 좋게 각인될 수 있다.

이런 각고(!)의 노력은 내가 외국에 갔을 때 경험에서 주로 비롯된 것이다.

여자 혼자 외국을 찾았을 때, 숙소를 찾기 힘들었을 때, 바로 연락이 가능하고 맞아 주는 호스트가 어찌나 든든하고 고마웠던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낯선 곳에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도 처음 가는 곳은 다 긴장되고 두렵기 마련이니까.

나중에 서로 친해지고 편해지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호스트인 나를 만나기까지 어떤 긴장감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주곤 했다.


그 과정을 처음으로 함께 한 게스트는 일본인 아야(あや).

도쿄에서 한국에 온 이 친구와 일주일간의 동거가 시작된다.

명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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