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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Song Mar 27. 2024

자기주도적신앙의 탈피

<자기주도적인 신앙의 탈피>


지인과 커피를 마시던 중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믿음이 없었지만, 요즘따라 신에 대해 궁금해진다며 내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신에 대한 질문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진지한 태도로 진리를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이 자기가 깨달을 수 있도록 알려주길 원한다며 강한 열망을 드러내었다.


그녀의 질문들에 나는 성심 성의껏 대답하고, 내 삶에 행하신 신의 이야길 해주었다. 그녀의 눈이 커지며 자기도 그 신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성경을 빨리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경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가 성경을 빨리 읽어보고 싶다니… 이런 갈망을 가진 사람을 참 오랜만에 만났다. 반갑고 귀한 마음에 집에 있는 성경책들 중 하나를 바로 갖다주었다. 신약부터 읽으라는 권면과 함께…


그런데 이 지점에서 나는 나의 망설임을 깨달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에게 성경 공부 하자며 내가 먼저 설득하고도 남았을텐데.. 그래서 이전에도 주변 사람들과 몇 번의 성경공부를 한 전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쉽게 자신있게 성경공부에 대한 제안이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성경을 가르치고 설득하고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성경적 가치관을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르친다는게 참 조심스럽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다는 것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이 땅에 살면서부터 나의 삶은 수동적이고 조심스러움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열심히 무언가를 한다해도 주님이 닫으시는 길이면 답답하리만큼 막혀있고, 내가 별로 관심 없던 것에도 주님이 여시는 길이면 활짝 문이 열려 나를 그 안으로 쑥 집어넣으신다는 것을 7년동안의 아부다비 라이프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성경 공부 제안 대신 먼저 성경책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끄시는 그분의 일하심에 따라 나도 움직이리라. 그분의 일하심을 보고 뒤따라가는게 헛발질을 안한다는 걸 알기에 ㅎㅎㅎ


글을 쓰며 깨닫게 된다.

나는 과거에 자기주도적인 신앙을 가졌었음을.

그리고 이제야 신주도적인 신앙의 길로 들어섰음을.


지금이라도 신주도적인 삶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척박한 땅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자의 축복임을 깨닫는다.


그나저나 그녀의 갈망과 기도에 그분은 어떻게 응답하실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그녀의 가정을 위해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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