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틀이 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 그 틀이 얼마나 큰지 넓은지에 따라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다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내게는 공동체에 대한 틀이 있었다. 그 틀은 나의 경험상 가장 좋은 것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성경적인 구절들로 그 틀을 뒷받침해 온 탄탄한 틀이다. 이 틀은 한국에서 만들어졌고, 잘 작동했었다. 내 나름대로 보기에.
그러나 걸프 지역으로 와 다양한 민족을 이루는 공동체에서 나의 틀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내 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이상적인 틀에 들어맞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가득했다.
왜 저러나. 저건 잘못된 것 아니야. 등등 비판의 소리로 가득 찼다. 더욱이 나의 이 시선을 선배들에게 이야기하고 물었을 때 그들은 모두 나의 의견을 지지했었다. 그래서 나의 틀은 더욱 강화되었지만, 나의 마음은 그럴수록 힘들었다.
공동체성이 좋다고 소문난 현지를 이번에 방문했다. 가장 많은 유닛들이 있고, 좋은 분들이 모여있다는 그곳을 나는 방문했다.
개인적인 나눔들을 통해서 나는 쇼크를 받기 시작했다. 많은 유닛들 안에서 괴로움의 목소리를 내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리더십들을 봐도.. 내가 상상했던 것 만큼의 역량들이 아니었다
아… 다 똑같구나.
사람 사는 모양.. 별 다른 게 없구나.
여행 중 쇼크였지만, 바쁜 일정들로 인해 내면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깨달을 수 없다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10일이 되어야 내면의 흐름을 인지하게 되었다.
공동체에 대한 나의 틀이 무너졌음을.
그 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왔던 나의 힘과 에너지가 빠졌음을.
현지 나온 지 7년이나 되었는데 이제야 공동체의 틀이 깨어졌다.
주님. 완악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틀이 깨어지는 과정 중 깨달은 점이 있다.
하나님을 깊이 안다는 것. 영성이 깊어진다는 것.
깊음은 넓음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넓음은 나와 다름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용이 없는 영성의 깊이는 글쎄… 진짜일까? 깊이와 배제는 서로 반작용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깊이와 넓이가 함께 가는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주님께 깊이 있는 영성을 갖고 싶다고 아뢰었었다.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주님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 깊어지는 방향보다는 시선과 관점을 넓혀주셨다. 나의 힘을 빼시고, 나의 틀을 부수셨다.
나를 지탱해 왔던 틀, 공동체에 대한 틀이 이제야 깨어지고… 또 깨닫는다. 내 틀이 얼마나 단단했었는지를. 그리고 그 틀을 깨기 위해 얼마나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 했는지를.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대로 저를 빚으소서.
저는 주의 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