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어발은 몇 개?
새해가 밝았다. 다시 1월이고 밖은 춥고 어둡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시점에 와있다는 것이다.
이제 곧 아침해가 빨라질 것이고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싹들이 올라올 것이다.
생명의 기운이 솟는 봄이 오기를 나도 역시 기지개를 켜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대한다.
그렇다고 봄에 뭐 거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날이 추워 못하겠다는 핑계는 둘러대진 못하겠지.
요즘도 나는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뭔가 집중할 것이 필요해 시작한 취미활동이 목공을 하는 카빙에서 이태리자수에서 뜨개질로 정착했다.
지난 2월 이후 나는 계속 뜨개에 빠져 있다. 처음엔 없었던 뜨개실들이 작은 장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이제는 남편이 실을 한 곳에 두고 한 곳에서만 뜨개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이르렀다.
몸통까지만 뜨고 팔 두 짝만 남겨둔. 그러니까 뜨다만 니트가 세 개나 되고 요크 부분이 잘못되어 다시 푸르고 떠야 할 니트가 장안 깊숙한 곳에 있다.
한정 수제실이라고 가공 안된 실을 오픈 날짜에 맞춰 덴마크에서 구입한 실로 뜨기 시작한 카디건은 바늘이 꽂혀 있는 채로 프로젝트 백에 담겨 책상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다.
이렇게 뜨다만 니트들을 뜨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문어발이라고 한다. 다 뜨지는 않고 새로운 문어발만 늘리는 거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명 신상처럼. 뜨개에도 늘 새로운 도안과 새로운 실들이 출시된다.
이곳 역시 유행이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누가누가 새로운 니트를 뜬 사진을 올리면 또 그것을 뜨고 싶게 마련이다. 뜨던 것을 제쳐두고 새실과 새 도안으로 새 니트를 뜨기 시작한다. 그것이 문어발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끼리 문어발이 몇 개이네 하고 얘기하곤 한다. 그렇게 치면 나는 문어발이 6개이다. 어디까지나 뜨개 학원에서 뜨는 것은 빼고 얘기한 것이다.
나는 작년 4월부터 뜨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취미활동을 시작한 것 제대로 알면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문 수업에서는 작은 베스트를 하나 떳고 지금은 강사과 수업을 듣고 있는데 풀오버 니트와 스커트를 뜨는 과정이다.
풀오버 니트는 선생님이 지적해주신 잘못된 부분만 수정을 하고 스커트를 뜨기 위해 스와치를 떠가면 된다.
스와치는 내가 뜰 편물을 가로 세로 10cm씩 떠서 나의 게이지. 그러니까 내가 선택한 실과 바늘로 떳을 때 10cm 안에 몇 코 몇 단이 나오는지 알아내는 과정이다.
편물을 뜨기 전에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손으로 뜨는 거라 나의 손 땀에 따라 똑같은 도안이라 할지라도 옷이 크게 떠질 수도 있고 작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스와치 내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안에 나온 완성작을 빨리 뜨고 싶은데, 이 스와치를 뜨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소중하고 비싼 내 실이 낭비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뜨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반에 스와치를 제대로 뜨지 않고 옷부터 뜨다가 내 사이즈보다 작게 나와 조카에 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뜨기 싫어도 꼭 스와치를 내본다.
오늘은 수요일이므로 학원 숙제를 해야하는 날이다. 금요일에 학원수업이 있어서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학원 숙제를 한다. 계획은 그렇지만, 늘 뜨고 싶은것을 먼저 뜨다가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하기가 일쑤다.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 것이니 무엇보다 열심히 뜨개를 해야한다고 그렇게 다짐을 해야 겨우 할 수 있다. 뜨개학원에서 뜨는 편물들은 하나같이 요즘 유행하곤 영 맞지가 않아서 떠봐야 입고 다니지 않을게 뻔하니까 자꾸만 열심히 안하게 되는것 같다.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학원가서 선생님께 검사를 받을때 제일 조마조마 하다. 잘못떳다고하면 다시 떠오면 그만인 것을 그것이 뭐이라고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민하고 정성들여 몇번이고 수정하면서 뜨개를 한것이라 그런것 같다. 잘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취미로 시작한 뜨개이지만 이왕 시작한거 잘 하고 싶고, 잘 하게 되면 이일로 먹고 살면 좋겠단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