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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Jul 20. 2021

독립출판 그 이후...

끝인 줄 알았지?

프리랜서로 지낸 지 8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저질렀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해왔기에 하나씩 차근차근 기록 해보려고 한다.


일단 가장 큰 일은 내가 직접 쓰고 디자인한 책이 나왔다는 것!

운이 좋게도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당선이 되었고 그것을 통해 '엄마의 마음 아빠의 생각'이라는 책을 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사업자등록도 했다. 처음봄이라는 이름의 출판사이다.


출판사를 등록하기 위해 구청에도 가보고, 사업자 등록하러 세무서도 가보았다. 모두 처음 해본 일들이다.

사업자 등록 하는게 어렵지 않다는 친구의 말을 듣긴 했지만, 세무서까지 가는 내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혹시나 그동안 안 냈던 세금이 있어서 그걸 내라고 하면 어떡하지, 나 잡혀가는 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모두 마치고 나서야 안심했다.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무엇이든지 간에 직접 경험을 해보면 별것 아닌 것이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몸소 깨닫고 있는 것이다


나를 내 생각의 틀에 가둬두고 있었다.

'나는 이런 서류 같은 거는 잘 몰라.'

'나는 회계나 세금 쪽은 약한 거 같아.'이런 식으로 말이다.

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는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질 필요가 없었다.

나는 디자인만 하면 되는 거였고 

회사 운영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경영지원팀에서 알아서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책을 내고 난 이후에는 서류작성과 세금계산서 발행을 나 혼자서 다 해야 했다.

책을 내고 나면 끝인 줄 알았지만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나의 틀을 하나씩 깨나가고 있다.




아래는 책을 만들고 난 내가 했던 일들이다.


첫 번째, 내가 만든 책을 목업(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 표지 이미지만 달랑 보낼 수는 없으니까. 내가 만든 책을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다.

책방 운영자,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구매자가 보기에도 이렇게 해야 정성이 들어가 보인다.


나는 늘 이런 작업을 많이 해왔기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까지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이고.

어쨌든 저장해둔 목업 사이트는 많으니까 그중에서 목업 이미지를 찾고 얹고 상세 페이지를 만들었다.

한강에 가서 책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풀을 배경으로 하면 예쁠 것 같아서.

상세페이지를 보내달라는 책방도 많았기 때문에 한번 만들어 놓으니 이후에 편하게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책방이 온라인 스토어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세페이지는 미리 만들어 두니 편했다.


두 번째, 메일을 보내는 일이다.

입고 메일을 부지런히 보냈다. 지금까지 한 50군데는 보낸 것 같다.

처음에는 알던 독립출판서점에 먼저 보냈다. (꼭 입고시키고 싶었던 곳)

그러고 나서는 인스타그램에서 독립 책방을 찾아서 입고 메일을 보냈다.

모든 서점에서 입고 문의를 받는 것은 아니다. 몇몇 책방은 책방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 하기 때문에 입고를 받지 않는다고 적혀있기도 했다.

분야별로 특화되어있는 책방도 많다. 사진, 동화책, 인문학 등 각 분야만을 취급하는 서점도 있기 때문에 잘 봐야 한다


처음 입고하겠다는 메일이 왔을 때 너무 신기했다.

내 책을 받아주다니!! 세상에

팔리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서점에 내가 직접 쓰고 디자인 한 책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몇몇 서점은 답장이 바로 왔지만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마 입고 메일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독립 출판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


세 번째, 책방으로 책을 보내는 일이다.

세상에 나는 이게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택배박스를 사러 가야 하고 우체국이나 편의점에 가서 보내야 한다.

직접 책방에 가면 가장 좋겠지만 가까운 곳이 아닌 이상 직접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책을 포장하기 위해서 뽁뽁이도 다이소에 가서 샀다.

나는 그래도 우체국이 엄청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박스를 사고 집에서 포장하고 우체국에 가서 보내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거를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거는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프리랜 서고 오후 시간이 자유로우니까 이게 가능하지. 직장을 다니면서 우체국이나 편의점 택배를 보내는 일은... 그분들은 참 부지런한 분들일 것이다.


책방에 책을 보내고 나면 대부분 도착했다는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이 잘 도착한 건지 아닌지 너무 궁금하다.

최근 몇몇 책방에서는 잘 도착했다며 메일을 보내주셨다. 그때 참 고마웠다.

말을 해주지 않고 내 책이 잘 도착했는지 알려면 책방의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내 책이 판매되고 있는지 그걸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책방을 여러 군데에 입고시킨 지금은 매번 들어가서 그걸 확인하는 게 어렵다.


그리고 책을 보낼 때 한 가지 팁을 적자면, 정성이 담긴 메모지를 함께 붙여서 보내는 것이다.

받으시는 분 입장에서 이 메모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고 내 책을 좀 더 잘 보이는 위치에 두지 않을까(ㅎㅎㅎ)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네 번째 정산하는 일이다.

내 책을 누군가가 사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만나서 왜 사셨나고 물어보고 싶다. 정말 순수한 의도로.

그리고 이거 제가 쓴 거예요!라고 말도 해보고 싶고. 독자와의 만남도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이 있다.


정산 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지금까지 두 번 정산 메일을 받았다.

세금계산서를 홈텍스에서  발행해야 하는데, 처음에 세금계산서 발행할 때 기업용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대 혼란이었다.

개인용 공인인증서로 세금계산서 발급이 안 되는 것도 몰랐고, 기업용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렇게 사업을 배우는가 보다.

휴, 가까운 은행에 가서 급하게 기업용으로 새로 발급을 받고 홈텍스에서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세금계산서'라는 말을 엄청 많이 들었지만 이게 대체 뭔지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직접 이걸 발급받다니.

이제 벌써 두 번이나 계산서를 발급해 보았다! 서서히 이런 업무가 익숙해지고 있다.



책을 쓰는 거뿐 아니라 이후에 관리하는 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책을 낸 지 3달 정도 되었는데 여전히 나는 책 입고 메일을 열심히 쓰고 책방을 알아보고 있다.

집에 있는 이 책들을 어서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야 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서 그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의 마음 아빠의 생각  < 내용을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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