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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Apr 25. 2023

결혼을 준비하며

순종의 마음

남자친구를 3년 가까이 만나고 결혼을 준비하는 지금.

지금의 나와 3년 전의나, 그리고 1년 전의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나의 훈련은 끝나지않즤..)


요즘 나는 편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맞다 나는 이전에 삶이 편하지 않았다.

언제나 1등이 되기 위해 애썼고 나의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디자이너로써 성공하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하나님이 나에게 계속에서 이런 마음을 주셨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내가 포기하라고 하면 포기하겠니?'


나는 곧바로 '네'라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게 이 직업은 나의 가치였다.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지 않는 것, 회사를 다니지 않는 것,

그러니까 더 나아가 돈을 벌지 않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태도였을까? 결코 아니다.

사람의 가치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나는 나라는 존재 만으로도 예수님 짜리인 사람인데.

왜 일로써 나의 가치를 찾으려 했을까.


내 무의식 속의 생각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고 또 그것을 고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인식하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나도 이 생각의 원인을 찾고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들었다.

일로써 나의 가치를 찾으려 한 가장 큰 이유는 어릴 때의 환경이 크다.

아빠는 일하지 않는 엄마를 무시했고, 엄마가 일을 할 때에는 자신보다 돈을 적게 버는 엄마를 무시했다.

나는 여자가 나이가 들어서도 무조건 일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형성되었다.

그냥 일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일.

이렇게 형성된 나의 왜곡된 가치관이 나를 이토록 집착하게 만든 것이다.


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결혼하고서도 힘들었을 것 같다.

이것은 내 어린 시절 환경으로 인한 상처였기 때문에 순종을 가로막는 문제였다.

단순히 일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을 내려놓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부터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남자친구의 응원과 안정감 속에서

나는 서서히 나의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제는 하나님이 나에게 디자인이 아닌 다른 일을 주신다면 오히려 감사하다.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만큼 열심히 7년을 일했고 이 일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재미있게 일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마음을 주신 것 같다.



그리고 이다음 단계는 일을 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것은 결혼을 준비하고 기도를 하면서 쉽게 해결이 된 것 같다.

일에 대한 회의감이 계속 듦과 동시에 결국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은 하나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을 돌봄이 나의 사역이고 미션이라고 한다면 순종할 것이다.

하나님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눈에 좋아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우리는 하늘에서의 상급을 바라며 살아가는 인생이니까.

물질이 부족하다면 그 또한 채워주실 하나님을 믿고 필요 이상을 내가 바란다면 그것은 내 욕심이니까.



하나님의 때란 이런 것인가 보다. 결혼할 때가 되니 이렇게 나의 욕심을 하나 둘 내려놓게 되었다.

'절대 안 돼!'이게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혼부부 행복주택이 당첨되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어서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그동안 나를 또 훈련시키는 시간으로 삼으셨다. 역시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이다.

바로 결혼을 했다면 분명 더 힘들었을 것이다.


결혼을 한다는 건 결국 나의 기준과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내 욕심을 내려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하겠는가.



그러나 여전히 나는 훈련받아야 할 모습들이 많다.

요즘의 나는 모세의 광야 40년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세와 같이 혈기왕성한 시기가 있었는데, 하나님이 지금은 훈련하시는 과정인 듯하다.

이제 그 꼿꼿했던 목의 힘이 빠지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내가 누리지 못한 편안함을 누려보고 싶다.


살인을 할 정도로 감정적이던 모세는 이후 '가장 온화한 사람'이라고 성경에 기록이 된다.

이것을 보며 나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아 나도 어쩌면 지금 이런 훈련의 과정일지도 몰라. 나의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

그렇지만 이 길의 끝에는 잘했다 내 딸아 칭찬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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