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
최근에 내가 세상에 졌다고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다. (단단히 져따...)
좌절과 절망, 그리고 배신감 억울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늘 이기려 하는데 한 번도 이긴 적 없음)
나의 열심은 나만의 열심일 뿐, 그것은 실력과도 인정과도 상관이 없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그저 시키는 것을 잘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던 것이다.
나의 주장과 신념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도가 더 중요했다.
그것을 원했다면, 진작 알려줬다면 나도 힘을 빼고 했을 텐데.
(아니, 사실 나는 힘을 빼는 게 너무 어려운 사람이다. 생각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싫으니까.)
기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이렇게 타고난 게 나인걸.
난 수동적인 것을 싫어한다.
어떤 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내가 설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정말 최선을 다할 준비가 늘 되어있다.
열심히 통하지 않으니
나에 대한 미움,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다.
'아, 그때 다른 곳을 갔다면 어땠을까.'
'프리랜서를 더 했어야 했나, 그때 더 버텼어야 했나.'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왜 가는 회사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내가 문제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이제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오만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사람의 평가에 대해 예민하게 굴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했지만
막상 상황이 되니 그러지 못했다. 이 다짐 또한 내 힘이었나.
'악인은 하나님이 벌을 주시겠지... 근데 그 사람이 교회를 다니던가...? 안 다니겠지?'
안 다니길 바라는 이런 웃긴 생각도 하면서.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설 명절을 맞이했고,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명절을 보내는 동안도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이런 부정적 에너지를 무언가를 하려는 에너지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포트폴리오를 정리를 했고, 하다 보니 조금 나의 길이 보이기도 했다.
뭔가를 해야 힘이 나는 나인데, 그동안 뭔가를 할 힘조차 없었던 나를 위해
하나님이 정신 차리라고 이런 사건을 만드셨나?
덕분에 설 명절을 약간의 생각 + 휴식 + 생산적인 일을 하며 보냈다.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 말씀
하나님에게서 난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이깁니다.
세상을 이긴 이김은 이것이니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요일 5:4, 우리말성경
이 말씀을 찬찬히 묵상했다.
믿음으로 세상을 이긴다
맨날 내 힘으로 이기려고 했으니 진건 가봐...
역시 하루하루 내가 죽는 싸움이다. 내가 죽고 예수님으로 사는 삶. 이게 다인가보다.
믿음이란 알면 알수록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또 쉽다.
종이 한 장 차이.
'우리'의 믿음이라는 것을 보아하니 나 혼자만의 믿음이 아니라,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