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yeon Song Apr 26. 2021

왜 다시 이 세계로 오게 되었을까

다시금 스타트업과 창업의 세계로

다시금 시작을 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다시 이 세계로 오신 건가요?” 였다 – 예상가능하듯, 내 선택에 가장 크게 놀라는 그룹은 ‘창업가 그룹’이며, ‘아니 다 아는 사람이 왜 굳이..’라는 반응이 여태까지 제일 재미있는 반응이었다. 아마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시작하기 전과 지금처럼 시작을 ‘해버린 시점’의 이야기가 다소 미묘하게 다를 수는 있겠지만,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싶어 다시금 그간 이야기했던 내용을 적어본다.


왜 다시금 시작하게 되었을까?

나에게 이번 변화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할 일을 적게 만들자 싶은 ‘후회최소화 법칙’을 따르는 결정이었다. 아니, 본질적으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운 시간과 그 밀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고 – 물론 롤러코스터를 타는 인생일 수 있지만 – 그 안에서의 창업은 여러 선택지 중의 가장 그럴듯한 하나였다. 물론, 아직 서비스도 나오지 않았고, 종종 불안하기도 하고, 이제 고생은 시작인 것을 알지만 즐겁다. 이러한 즐거움은 나에게는 ‘의미있는’ 즐거움과 ‘선택한 고생’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눈 앞에 쉽게 풀어지지 않을 어려운 문제를 발견했다.


왜 프롭테크를 선택했는가?

어떤 영역의 문제를 풀 것인가 선택하고자 할 때 나름의 몇 개 기준이 있었다. 1)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2) 가능성이 많아보이는 일을 하자. 생각해보면 2)는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었다. 산업이라는 게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야 하고, 그 예측이라는 것은 늘 예상을 빗겨갈 수 있으니까 조심스러웠다. 적어도, 2)가 틀리더라도 1)에서 마음에 쏙 들 수 있는 문제를 찾아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레거시가 쌓여 변하지 않고 있는 영역에 들어가고 싶었다. 2-3년 구르다보면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만큼의 수준으로 올라갈 자신감은 있었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흥미를 보이는 것이 내 천성이기에 오히려 더 많이 알기에 혁신하기 어려운 분야, 업력이 더 많은 사람들이 바꾸기 어려워하는 분야를 찾아야 했다. (오히려 해당 분야를 알고 익숙하기 때문에 안되는 이유를 수십가지 댈 수 있는..) 그런 측면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분야는 ‘부동산’이었다.


지난 몇 년간, 개인적으로도 부동산과 관련된 경험 (비록 중개사는 아니고 매도인/임대인과 매수인/임차인의 포지션이지만) 을 하면서 정말 이해가 안되던 상황을 여러 번 목도했던, 이 분야가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쉽게 말해 10년 전과 비교해서 우리의 삶은 정말 많이 바뀌었지만, 현재까지 거의 바뀌지 않은 그 어떤 큰 문제 – 가능하다면 의/식/주 – 가 무엇일까 찾고 싶었다. 10년 전 분명히 온라인으로 장을 볼 생각도 못했지만, 70이 다 되신 우리 부모님은 오아시스와 컬리를 비교해가며 쿠폰을 쓰고 장을 보시고, 쿠팡 로켓배송 구독을 하고 계시며, 배민으로 배달음식을 시켜 드신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었다.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직방과 다방이 있지만 거래 과정의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었고 거래의 본질적인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매물 자체의 성격 때문에 i-buying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래도 이 비대칭적이고 불투명한 시장이 지난 10년간 바뀌지 않은 거대한 문제임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모두가 변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변하지 않고 있는 시장 – 물론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지만 - 이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Outro

인생은 매 순간,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결국 흘러가는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 2년 전, 알펜루트자산운용에 들어가며 느꼈던 감정, 그리고 계속 스스로 질문했던, ‘하느님은 저를 어디에 쓰시고자 이런 길을 알려주시는 것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 나온 것 같다. 2년 전, 나는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이라 생각했고, 혹은 쌓아나가는 벽돌이라 생각했고, 그 벽돌이 하나하나 쌓여져 지금에 이르른 것 아닐까 믿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2018년을 보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