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빼고 돌아가던 날들 사이에서
2년 만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아프고 난 이후, 나는 여러 번 휴직했고 복직을 시도했다.
암 환자로 산다는 것은 치료라는 거대한 일상과 생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 끊임없는 줄타기를 하는 일에 가까웠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완벽한 답은 없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마음을 잡아 일상을 살아가야 했는데 매 순간 나는 그게 좀 어려웠다.
세상은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그 속도와 흐름에 소외된 채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
저 멀리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등을 바라볼 때면 묘한 소외감과 외로움, 때로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혹시 세상이 나를 빼고 돌아가는 듯한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그 감정은 쉬이 설명하기 어렵고, 견디기 위해선 많은 힘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내가,
또다시 일상 안으로 발을 들인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살아남았기에, 내가 가진 하루를 허루로 보내기 싫었기 때문이다.
한 번 무너져 내린 세계 속에서도, 나는 내게 주어진 날들을 최대한 ‘살아냈다’고 말하고 싶었다.
대충이라는 말에 나를 쉽게 맡기지 않는 성격 탓도 있었고,
무언가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결말을 알고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장면 속에서 유독 나만 다른 방향의 결말을 바라보고 있는 예외처럼 느껴질 때,
내 주위 사람들 사이에 다시 섞여 웃을 자신이 없었다.
좋은 결말이든, 아픈 결말이든-무엇이든 좋으니 빨리 정해졌으면 하는 마음.
그날의 나는 그렇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참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돌아왔다.
내 뜻과는 달리, 또 다른 형태의 시간을 조용히 내 앞에 놓았다.
마치 어릴 적 도저히 깰 수 없었던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 스테이지에 다시 들어선 것처럼,
지도도 해설도 없는 새로운 세계가 내 앞에 펼쳐졌다.
그 세계는 여전히 낯설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또다시
‘살아보라‘는 무언의 미션을 건네받은 듯했다.
그래서 요즘의 나를 미래를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
시간은 길게 뻗어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오늘의 나를 벗어나는 일들은 과감히 내려놓는다.
욕심이 될지도 모를 미래의 계획도, 언젠가 해야만 할 것 같던 것들도 잠시 접어둔다.
지금은 그저,
나의 하루가 나를 덜 아프게 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살아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한 날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