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같이 살고 싶은 나

흔들리지만, 내 속도로 헤엄치는 법

by Alkislove

나는 가수 윤하의 <태양 물고기> 노래를 참 좋아한다.

문득, ‘왜 태양 물고기 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개복치(sun fish)의 한국식 표현이었다.

멘탈이 약한 사람들에게 ‘개복치 같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 개복치는 수명도 길고(20년) 수면 위에서 심해 800m까지 오가며 생활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어종이라고 한다.


요즘의 내 모습이 개복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의 글을 남겨보기로 했다.

조금만 흔들려도 상처받는 나,

사소한 변화에도 쉽게 지치는 나,

그럼에도 하루를 조심스럽게 이어가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아프기 전, 나를 기쁘게 하고 움직이게 했던 것들을 떠올려봤다.

좋은 직장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번듯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따뜻한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오래 품어온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삶.

그 모든 장면들이 20-30대 내 또래들이 자연스럽게 그리는 목표였고,

성취와 방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도였다.

나 역시 그것이 ‘정상적인 삶’의 한 조각이라 믿었고, 언제든 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프고 난 뒤, 내가 꿈꾸고 그려놨던 장면 속에서

나 스스로를 하나씩 지워나가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욕심과 희망의 경계에서 나는 흔들리고 불안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지금의 내게 진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이니? “


이런 질문들이 마음을 무겁게 할 때면 잠시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고 리드미컬한 음악을 들으며

잠시 생각의 매듭을 풀어놓는다.

그 순간만큼은 불안도, 책임도, 미뤄둔 고민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했을 일들이

‘지금 해도 될까?' 라는 질문부터 떠오른다.

망설이고, 겁을 먹고, 지레 포기하는 순간들이 예전보다 잦아졌다.

과거에 꿈도 많고, 뭐든 도전했던 열정적인 모습은 온대 간데없고,

그렇게 ‘다음에’라는 한 마디 뒤에 나를 숨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내 모양이 점점 맞지 않는 것 같고,

그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일이 예전보다 더 어렵고 꺼려지는 듯했다.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마음의 문을 더욱 좁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예전만큼 생기 있고, 흥겹게 느껴지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마치 네모난 세상 어딘가에

별 모양의 나를 억지로 끼어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처럼.


아직 놓지 못한 미련과 욕심이

나를 더 무겁게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견딜 수 있는 속도로,

내가 숨 쉴 수 있는 방식대로

하루를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남들이 보기엔 개복치처럼 연약해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렇게라도 버티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쩌면 가장 단단한 형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