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대신 추억 여행

by 비비드 드림

엄마 안녕.


지나오면서 많이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엄마와 여행하는 딸들이었어. 취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엄마가 있었다면 아마도 함께 여행을 많이 했을 텐데. 아니 많이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안하진 않았을 텐데. 언니랑도 한 번씩 꼭 하는 이야기야.


엄마와 내가 어릴 때 여행이란 걸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을 떠올려봤어. 우리 가족은 주말에 계곡으로 놀러를 많이 갔지. 엄마가 한가득 챙겨 온 음식들로 맛있는 점심도 먹고, 과일도 먹었어. 시골에 사니깐 주변에 계곡이 많았다는 건 정말 좋은 점이었어. 이건 지금 생각해도 그래. 계곡 물에 담가 두기만 해도 냉장고 안에 넣어둔 것 못지않게 시원한 수박을 마구 먹고 놀던 그 시간이 행복한 순간들로 나에게 남아있거든.


그리고 다른 친척들과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1박 2일로 놀기도 했었지. 사촌 오빠, 언니들과 우리는 신나게 뛰어다니고 물에도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어. 다슬기도 잡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말이지. 근데 나는 물고기는 정말 못 잡겠더라. 왜 이렇게 한 마리도 안 잡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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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제대로 된 여행이란 것 없이 그런 게 그냥 우리 가족에게는 여행이었던 것 같아. 그땐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일상화되어 있지 않았으니 국내에 당일이라도 다녀오면 그게 여행이었던 거지. 그래도 참 행복했는데 말이야.


엄마랑 공원에 단 둘이 나들이를 갔던 날도 기억이 나. 집에서 아주 가까운 데 소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있었잖아. 섬진강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소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엄마랑 수다를 떨었지. 내 양갈래로 땋은 머리에 핑크색 모자로 씌어주고 엄마가 이쁘다고 말해주며 미소짓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그날의 그때 그 순간이 나는 정말 좋았었나봐.


엄마. 코스모스가 만발한 곳에 우리 가족이 갔었잖아. 꽃을 참 좋아하는 엄마였는데 말이야. 그곳에서 남긴 가족사진이 몇 안 되는 우리 가족사진이 되어버렸지. 코스모스는 매년 해마다 피는데, 나는 코스모스를 보면 왜 이쁘다는 생각보다 슬픔이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어.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꽃인데도 말이야.




공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모녀가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내가 이룰 수 없는 버킷 리스트지만.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또 엄청 다정하게 챙겨주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 부러움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해.


나도 엄마랑 여행 가면 참 즐거울 텐데. 나도 우리 엄마 비행기 태워줄 수 있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아.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 그래. 딸이 태워주는 비행기 한번 못 타보고 급하게 세상을 먼저 떠난 엄마가 안쓰러워서. 내가 취업도 하기 전에 먼저 간 엄마라서, 내가 취업 선물조차 줄 수 없었다는게 슬펐어.


그래도 이 말은 꼭 엄마한테 해주고 싶어. 엄마랑 여행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행복했다고. 모두 잊지 못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그게 지금도 내가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비록 지금은 함께 못하지만, 그 기억들로 또 힘을 내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갈게.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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