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푸드, 팥칼국수

by 비비드 드림

나의 소울 푸드는 팥칼국수다. 소금 한 숟갈, 설탕 두 숟갈을 넣고 휙휙 저어 달달해진 면을 팥 국물과 같이 먹으면 기가 막힌다.


내가 자란 시골 동네의 시장에 쌍둥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팥칼국수 집이 있었다. 아침부터 문을 열지만 준비된 재료를 다 소진하면 바로 문을 닫는 그런 집이었다.


엄마를 따라 시장을 자주 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엄마는 나를 꼭 그 집으로 데리고 갔다. 설탕을 많이 넣는 나를 나무라면서도 맛있게 싹씩 다 먹는 모습이 이뻤나 보다. 그 시절 나는 흔히 말하는 입이 짧은 아이였으니 더더욱이 잘 먹는 음식이 있으면 자주 먹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김치를 잘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팥칼국수 집에서 같이 주는 열무김치는 또 잘 먹었다. 칼국수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김치 한점 입에 넣고 또 국물 한 숟갈 집어넣으면 한 사이클이 끝나는 거였다.


언니는 나와 식성이 달라 팥칼국수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가게는 엄마와 나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고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대학교가 없는 시골 동네였다 보니 스무 살이 되면서 다른 지방으로 옮겨갔고 집에 가더라도 집밥을 먹거나 가족들과 같이 외식을 하게 되다 보니 엄마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참새 방앗간을 들리기는 조금 힘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엄마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가 떠나고 집 정리를 하고 이제 다시 내가 지내던 곳으로 가려고 하던 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첫째 이모가 나를 찾아왔다.


밥 한 끼 하고 올라가라고 하며 이모가 데려간 곳은 그 시장 안에 쌍둥이 할머니의 팥칼국수 가게였다. 이모가 내가 여기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잠시 생각했다. 엄마가 스쳐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를 기억했던 것일까.


엄마와 나의 추억이 가득한 그 가게에서 이모와 마주 앉아 조용히 팥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 한 젓가락, 열무김치 한입, 팥 국물 한입.


그날이 내가 그 쌍둥이 할머니 가게에서 먹은 마지막 팥칼국수였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도 그때 이모가 나를 데리고 거기로 갔던 것은 미스터리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또 추억할 수 있어서 슬프면서도 좋았던 기억이다.


엄마를 떠나보낸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렇게 가을에 접어들고 엄마 기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팥칼국수 생각이 난다. 그 가게에서 엄마랑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며 먹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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