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독서 그리고 이야기 3
당신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
- 당연히 읽어 줘야지... 해변의 카프카나 도쿄 기담집보다 완성도가 높다. 최고는 상실의 시대...
시간이 아주 많고 끈질긴 당신이라면 ★★★
- 솔직히 직장인은 읽기 힘들다. 서술적 표현이 많아서 재미에 빠져 들기보다는 잠에 먼저 빠져들 것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심란한 당신이라면 ★
- 많은 부분을 독자의 판단에 남겨 두었기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덴고와 아오마메가 두 개의 달이 있는 세계, 1Q84에서 드디어 빠져나왔다. 그들과 함께 나도 긴 터널에서 비로소 빠져나왔다. 미뤄둔 숙제를 마친 것처럼 홀가분하기도 하고 책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겹기도 하다. 마치 내가 1Q84에 속해 있었던 것처럼.
드라마에서는 비밀이 없다. 항상 비밀은 벗겨지고 까발려지고 판결이 내려지고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은 부분을 결론 내리지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아주 불친절한 책이다. 리틀피플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독자인 내가 정리하지만, 작가는 신이라고 명명하는 법이 없다. 또한 공기 번데기는 곧 여자의 자궁을, 어쩌면 윤회와도 일맥상통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작가는 친절하게 무엇이라고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조연처럼 보이는 간호사 아다치 구미는 덴고 어머니의 환생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덴고를 고양이 마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었고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끝까지 함께한다. 그녀는 자신이 전생에 살해당했었다고 말하는데 우습게도 주인공인 덴고도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소설 속에 빠져있는 나도 믿는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인 내가 '헐 그럴지도 몰라'라고 작대기를 긋고 있을 때 절대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음,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잘 쓰는구나...
하루키는 끝까지 그들이 떠나온 세계에 덴고와 아오마메를 내려주지 않는다. 또 다른 제3의 세계에 그들을 내려놓음으로써 판타지 소설의 묘미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나는 해리포터처럼 가벼운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만 1Q84는 절대 가볍지 않은 소설로써의 매력이 있다. 그 무게만큼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두 번 읽는 것은 역시 무리일 것 같지만 하루키에 대해선 역시 대단하구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 속의 덴고는 곧 하루키가 아닐까 싶게 그와 많이 닮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를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짧지 않은 책이지만 3권까지 완주해야 이 책의 깊이를 알 수 있으니 끝까지 참을성 있게 읽어 보아야 한다. 미성년자에게는 그저 통속적으로 보일까 걱정되기 때문에 성년 후에 읽기를 권한다. 독자가 스스로 도달하기를 바라는 소설이기 때문에 중간에 좀 지칠 수도 있는 단점이 있지만 파운드 케이크처럼 단단한 무게감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란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 졌다. 한 20년 전쯤에 읽은 책인데 왠지 하루키의 1Q84의 세상과 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