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은 뭐니?

퍼플>>>SO-SO한 이야기 3

by 해 뜰 날

반백살이 가까워 오는 나에게 '네 꿈은 뭐야?'라고 물어 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생각만으로도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런 건 왜 물어봐?라고 쏘아붙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글쎄 그냥 가족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별 탈 없이 사는 거?"이렇게 대답한다면,

질문자는 그건 "꿈이라기 보단 그냥 일상이지." 라며 탐탁지 않게 생각할까?


특별한 재주도 없이 나이만 먹은 나에게, 소소한 일상이 전부인 나에게, 뭐 특별한 꿈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 나에게도 얼토당토않은 꿈이 있었다. 돈 많고 잘생기고 인품도 갖춘 완벽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동화처럼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행운은 없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인 부호가 되는 꿈도 사회적으로 헌신하여 명망을 갖추는 꿈도 아니었으니 참으로 초라한 꿈이 아닐 수 없다. 나와 똑같이 초딩 입맛을 가진 편안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일상을 꿈꾸던 나에게 뜻밖의 시련이 다가왔다.


아들이 늦은 3월에 군에 입대했고 딸은 고3이 되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은 체념하고라도 고 3인 딸은 학원이다 독서실이다 얼굴 보기도 힘든 나날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어떤 주말은 20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 식탁에 마주 앉는 일까지 생겼다. 노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10년이 훌쩍 지나 미래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딸 같은 아들이고, 아들 같은 딸이지만 나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결혼을 시킨 것도 아닌데 품 안의 자식이라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5월의 긴 연휴를 남편은 일하기에 바빴고 딸은 얼마 남지 않은 입시에 시간이 없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은 훈련소에서 안부를 전해왔지만

'나,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경제 활동은 하고 있지만 특별한 취미도 없고 사람 만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잘 놀고 잘 살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꿈을 얘기하기에는 뭔가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운 것은 성격 상 어쩔 수 없다. 다만 행복을 향해서 다가간다는 평범하면서도 일차원적인 꿈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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