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

레드-넷플릭스>>>전문가 없는 시청자 시점

by 해 뜰 날

영화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색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영화다. '윤희에게'는 문라이트 한국 버전쯤으로 훨씬 더 담백하고 감성 충만한 작품이다. 100분 동안 진정한 아드레날린을 보여주겠어! 이런 영화에 식상해있다면 톤 다운된 '윤희에게'를 권하고 싶다. 느리고 답답한 '윤희에게'를 말이다.


윤희(김희애)는 이혼하고 딸과 단 둘이 사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어느 날 일본에 살고 있던 오랜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윤희는 딸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명목상으로는 분명 딸과의 여행이었지만 친구 쥰을 향한 그리움에 한달음에 달려간 일본행이었다. 눈이 많이 내린 일본의 소도시, 윤희는 정작 쥰을 만나지 못하고 왠지 삐그덕 거리던 딸과 화해의 시간을 갖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 날 윤희는 딸의 주선으로 만나지 못했던 쥰을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된다. 그 짧은 만남은 길고 긴 망설임의 끝이었고 회한의 종지부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딸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며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거나 억지스러운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윤희를 따라가며 그녀의 삶을 유추해 보는 것으로 이해를 구한다. 그녀를 아직도 사랑하는 남편 인호가 청첩장을 내밀었을 때 그와 항상 거리를 두던 윤희는 진심으로 축하하며 인호를 위로한다. 윤희가 인호를 끌어안으며 다독이는 장면은 그녀가 왜 그토록 인호를 밀어냈는지 이해하게 해 준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 그건 정신병이 아니야.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각자마다 생각이 다양하고 주관이 뚜렷한데 그런 의미 없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억지로 거짓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내 신념을 위해 누군가의 행복을 망칠 권리는 없다. '당신을 위해'로 시작된 삶이 '당신 때문'으로 바뀔 때 사랑이 원망으로 이지러지기 때문이다.


그저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울고 싶어요! 할 때 보는 영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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