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첫 유럽 4

4. 걸어서 런던중심가 돌아보기

by 목하


밤새 푹 자고 일찍 눈을 떴다.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이었다.

식당으로 내려가 다양한 나라 사람들 속에 섞여 먹어보는 영국식 조식도 색다른 재미였다.


둘째 날은 런던 중심가에서 움직일 예정이었다.

코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빅벤/ 세인트제임스 파크/ 버킹엄 궁전/트래펄가 광장/차이나 타운/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 타워/ 타워브리지 야경 순이었다.

일정이 많아 보이지만 모두 가까운 거리에 모여있는 관광지들이었다.


웨스트 민스터 근처 아침풍경.

런던의 핵심적인 관광지들은 거의 1-2 존에 모여있다.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더 저렴하게 런던 시내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에겐 혜택이 좋은 교통카드다. 구입 시 보증금 5파운드를 지불하고 그다음부터는 필요시 탑업(top-up, 충전)하는 방식이다. 처음에 10파운드 정도만 탑업해서 사용했다.


숙소 바로 앞에서 빅벤으로 가는 이층 버스를 탔다. 버스의 2층에 자리 잡고 앉아 런던 시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쌀쌀한 겨울 아침, 시내를 종종거리며 출근하는 런더너들의 옷차림과 표정을 구경했다.

고풍스러운 런던의 건물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도시 풍경들이 왠지 모를 설렘을 안겨주었다.

빅벤과 템즈강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몹시 북적대고 유명 관광지답게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활기가 넘치는 것과 별개로 런던 중심가는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소담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거기에다 고풍스러움이 안정된 기운을 주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빅벤 앞 아침풍경.



어제저녁 탑승했던 런던아이는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템즈강 옆에 거대하게 서있었다. 템즈강변을 따라서 국회의사당과 빅벤에 나란히 붙어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고전적인 외양을 그대로 드러내고 현대인들 앞에서 당당했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역사를 알고 있느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왕의 대관식이나 결혼식을 하던 곳, 영국의 대표적인 곳에 서있는 기분은 위압감 그 자체였다.

입장료가 꽤 비싼 사원의 입장은 담 기회가 된다면 여유 있게 하기로 하고 다리 위를 왕복으로 걸어보며 사원의 웅장함을 눈에 담았다. 지나가던 영국 노부부가 우리 가족을 동영상으로 담아주기도 하고, 혼자 여행 온 한국여대생의 부탁으로 우리가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면서 다리 위를 산책하듯 걸었다.



런던의 상징 빅벤을 바라보며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걸었다.




여기서부터 버킹엄 궁전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세인트제임스 파크를 통과하며 공원 산책도 느긋하게 즐겼다.

약간 흐린 날이었다. 나름 분위기가 좋았다. 공원 호숫가에 잠시 앉았다가 떼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다. 힘찬 비상이 상징적으로 보였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


버킹엄 궁전은 여왕이 사는 곳이다. 닫힌 궁전 문 앞에 관광객들이 많았다. 유명한 근위병 교대식은 우리가 간 날은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같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근위병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온 관광객들은 교대식을 놓친 것을 알고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대신 주변을 순찰하는 기마병들을 만났다. 기마병의 복장과 말들이 시공을 초월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린 점심을 먹으러 레스터 스퀘어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걸어온 만큼 다시 걸어 나가야 해서 그 자리에서 택시를 탔다.

근데 런던 중심가의 교통체증이 유명하다더니 정말로 길이 많이 막혔다.

택시가 움직이는 동안 구글 지도를 보던 남편이 10여 분 정도 가다가 이상하다며, ‘레스터 스퀘어 가는 거 맞냐’고 기사에게 물었다. 운전기사가 잠시 머뭇하더니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냐’며 되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바로 미안하다고, 자신이 잘못 알아들었다고 사과하며 택시 미터기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택시 기사는 우리가 '레스터시티'를 말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 같았다.

“런던의 교통체증은 끔찍하다. 너희 나라도 그러냐"라며 기사는 아주 미안한 듯 여러 말을 붙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택시비를 적게 받았다.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레스터 스퀘어와 차이나타운은 서로 접해있다.



레스터 스퀘어는 유명 뮤지컬 공연을 현지에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공연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대는 곳이다. 차이나타운과 접해있어 여기서 점심을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레미제라블>이나 <라이언킹>을 현지에서 보고 싶은 맘 간절했으나 천방지축 아이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관람을 포기했다. 우리는 거리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만 느끼고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식 점심을 먹었다. 다행히 가격이 저렴하고 우리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트래펄가 광장



식사 후, 극장이 즐비한 활기찬 광장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나오니, 바로 유명한 트래펄가 광장으로 연결되었다. 내셔널 갤러리는 무료였지만. 아이들은 갤러리를 쓱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광장으로 나와 계단에 앉아 놀았다. 트래펄가 광장에는 악기나 노래를 연주하는 예술인들이 많았다. 열정적인 그들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즐겼다. 광장에 우뚝하게 서있는 넬슨 제독의 동상도 참 멋있었다. 우리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같은 상징성인 것 같았다. 영국인들의 정신적 영웅쯤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역사를 지탱하는 큰 중심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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