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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용 Feb 13. 2019

지용시선 여덟 번째

문학동네 시인선 001-009.  문학동네 초반 시리즈 시집 총괄 리뷰

문학동네 시인선 001 - 009.



문학동네 시인선 001 - 009. 총괄 리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집을 본격적으로 읽어봐야지! 하고 문학동네 시인선 1번부터 읽기를 도전하는 이라면 얼른, 되도록 빠르게 포기하기를 권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문학동네시인선」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파격적으로 달리하여,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그렇다. 문학동네시인선은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시작되었다. 하여,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초반에 많이 다루었다. 그 실험성이란 대체로 그로테스크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있다. 인간의 본능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들이 견고한 언어의 고리로 짜여있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묘사들이 릴레이처럼 이어져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게 시집을 읽고 있는 것인지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을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 파괴성이, 실험적인 언어들의 조합이 어떤 것을 비판할 때는 꽤 효과적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해, 균형 잡힌 비판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매우 감정적인 호소로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균형이 무너진 글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읽히지 않는다. 


유명한 권투 선수가 한 말이 있다. '파괴적인 주먹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덜 파괴적이더라도 정확히 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꾸고 싶은 것을, 비판하고 싶은 것을 언어로 풀어낸다면 그 언어가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 정확히 가닿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혼잣말을 읊조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지 모른다. 변화를 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는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생각을 기반으로 한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균형 잡힌 묵직한,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시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문학동네 시인선으로 돌아와서, 시인선을 순서대로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서점에 가, 순서와 상관없이 마음에 맞는 제목의 시집을 골라 시인의 말과 몇 편의 시를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시집을 찾아 읽어나가는 것이 시에 가까워지기에는 훨씬 좋을 것이다. 만약 굳이 순서대로 읽고 싶다면, 반대로 뒤 번호부터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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