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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용 Feb 18. 2023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GG(게임제너레이션) 2023년 2월호 (제10호)

엉덩이 모핑이 주가 되는 게임은 아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그래서 출시 이후 게임에 대한 리뷰에 접근하는 유튜브 채널들 등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알 수 있다. 출시된 게임은 제작사인 시프트업의 이전 작품들이 그랬던것처럼 수려하지만 섹슈얼리티를 한껏 강조한 여성형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 캐릭터를 수집하여 플레이어인 지휘관이 일종의 미소녀 하렘을 만드는 형태를 보여준다. 거기에 가슴과 엉덩이 모핑이 강조된 게임이라니, 이러한 요소들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정도의 의미에 그치는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략)


완성도 높은 SF 스토리텔링의 장점


〈니케〉는 SF에서 자주 사용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상황에서의 디스토피아(Distopia)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들은 왜 아포칼립스 상황이 닥쳤는가에 따라서 나타나는 디스토피아의 양상과 구체성이 달라지게 되는데, 〈니케〉의 경우 아포칼립스를 추동한 요소가 기계 생명체인 ‘랩쳐’의 공격을 받고 지상에서 지하로 피신해 방주라는 거대 시설에서 생존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디스토피아 물이 그렇듯, 인류는 기계 생명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니케’라는 사이보그를 발명했고, 그들을 통해 랩쳐들의 침공을 저지하고 랩쳐들에게 빼앗긴 지상의 탈환을 위한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중략)


게다가 거대 사기업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술력으로 회사를 구성하고, 수집해야 하는 ‘니케’들 역시 그 회사의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정들은 수집의 또 다른 구체성과 흥미를 유발한다. 일리시온(ELYSION)과 미실리스(MISSILIS), 테트라(TETRA)라는 거대 기업들이 소위 플레이어의 수집대상인 엘리트 니케들을 제작하는 회사들인데, 각각의 회사들 마다의 특징이 명확하게 그러기 때문에 그곳에서 등장하는 ‘니케’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프랭크 하버트(Frank Herbert)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듄(DUNE)〉에서의 세력들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설정과 세계관 구조의 치밀함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캐릭터들을 확보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는 장점을 가져온다.


섹슈얼리티한 캐릭터 디자인과 모핑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와 같이 〈니케〉는 SF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그동안 한국에서 선보였던 게임뿐 아니라 웬만한 미디어 콘텐츠를 통틀어서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SF 스토리텔링의 경우 장르가 가지고 있는 관습(convention)이나 코드(code) 들의 외향적인 요소들만 차용하여 서사 내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2010년대 이후 소설 등에서는 끊임없이 구체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정도 해소되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해 게임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유독 그러한 문제점들이 부각되었다.


(후략)





* 이 글은 GG(게임제너레이션) 2023년 2월호 (제10호) Articles 섹션에 실렸습니다. 전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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