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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윤 JiYoon Park May 13. 2020

적당한 거리와 외로움  

영화 <가까이>(Alone Together)

*편집진·필진으로 참여했던 씨네 페미니즘 매거진 '세컨드' 3호 <엄청나게 큰 것의 반대> '편집진의 추천 단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영화 '가까이'의 주원(이주영)

"사정이 좀 생겨서요." 시각장애인 경민(최유송)의 활동 보조인으로 일하던 주원(이주영)은 갑자기 보조인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곧, 경민의 안내견이 사라진다. 범인은 시시하게 밝혀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빚을 갚고 있는 남자친구 민규(박판겸)를 위해서 주원이 경민의 안내견을 훔친 것이다.


주원은 자신을 믿어주고 의지하던 경민에 대한 죄책감을 뒤로한 채 민규를 돕지만, 민규는 사정이 생겼다며 주원을 떠난다. 혼자 남은 조용한 방에 흐르는 냉장고 소리에 몸을 기대던 주원은 결국 경민을 찾아간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민규는 주원을 배신했고, 주원은 경민을 배신했다. 하지만 영화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끝에서 주원과 경민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어서 쉽게 마음을 열기 힘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 질문이 영화 내내 맴돈다.

영화 <가까이>의 경민(최유송)


'가까이'의 영어 제목 'Alone Together(각자 또 함께)'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각자'와 '함께'의 세계 모두를 균형있게 아우른다. 사람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거리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세 인물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존중하는 동시에, 교감이 실패하는 가운데서도 사라지지 않는 교감에 대한 목마름을 그리며 어쩔 수 없이 서로 의존해서 살아가는 모습 또한 비춘다.


2017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 수상작이며 단편영화에서도 꾸준히 활약해온 이주영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글. 박지윤 

2017년


*해당 글의 저작권은 모두 글쓴이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영화 '가까이'의 주원(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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