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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Mar 14. 2024

물체의시선

#물체의시선





W family의 어렸던 자녀들이 하나씩 독립해 나가더니, 둘만남은 mr & mrs W 는 결국 집을 내놓았지. 집을 내놓는다며 여기저기 나를 닦고 치우고 난리 난리 버거지를 치르느라 혼났지 뭐야.  그렇게 난리법석을 치룬 덕에 집은 금방 어떤가족에게 팔렸데.  아니 내가 허락도 안했는데, 자기네들끼리 나를 팔고 사고를 하다니…괴씸하고 서운했어.  나한테 한마디 물어볼순 있었잖아.

아, 참 나는 말을 못하지.


새로 이사를 온 가족은 w family와는 생긴것도 달랐어.  머린 까맣고 눈은 작고 무엇보다 다른 말을 썼어. 아 참, 난 그 어떤 언어도 못하지…

이 가족은 엄마, 아빠, 꼬맹이.  이렇게 세 식구 였어.  젤 윗층 방 3개를 자기네들끼리 사이좋게 나눠 가지더라고…


가장 큰방엔 부부가 커다란 침대를 넣어두고 자기네방이라고 하고, 건넛편방은 이집 주인 아저씨가 책상을 두개나 놓는 서재가 되었어.  그러고 그 두방 사이 가장작은방은 이집 꼬맹이 방이야.  

아주 오랫만에 맡아보는 아이냄새, 아이 소리가 반가웠어.  하지만, 밤엔 전혀 반갑지 않았어.  

이 꼬맹이는 낮엔 생글생글 잘 웃고 잘 놀다가 밤만 되면 꼬맹이 엄마와 끝도 없는 전쟁을 치뤄.  재우려는 자와 안자려는 자의 팽팽한 기 싸움은 마치 시합전 운동선수들 기선제압 할때 그것과 비슷했어.  재우려는자는 계속해서 재우고 나오려고 하고, 안자려는자는 재워놓으면 또 깨서 울고불고, 아이 엄마는 바닥에 기어다니기도 하고, 지뢰밭 걷는거마냥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디디기도 하고, 아이를 앉고 한시간씩 책도 읽다, 품에 앉고 자장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도 하다, 결국에 화가나서 소릴 빽 질러서 애를 더 울리기도 해.  그럴땐 주인아저씨가 중제를 해줘야 끝나.


그렇게 전쟁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엔,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아이 엄마는 혀짧은 소릴 그렇게 해대며 아이를 품에 안고 예뻐서 어쩔줄 몰라해.  

무슨 기억상실이라도 생긴거야?


아이 엄마와 아이는 백야드 텃밭에 씨도 뿌리고 물도 주고해.  아이엄마는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저귀찬 아이는 씨를 뿌리는지 흙을 뿌리는지 흙은 다 흩어지고, 주라는 씨뿌린덴 안하고 물은 애 엄마한테 다 뿌려.  애 엄마가 기저귀찬 아이한테 물세례를  맞아 홀딱 젖었는데 화도 못내고 씩씩 거리는게 얼마나 웃기던지…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지러지게 웃으면서도 물 호스를 놓치 않고 쫓아다니면서 엄마한테 물세례를줘.  그러다 저도 홀딱 젖고, 백야드는 난장판이 된체 둘은 들어와 씻고 옷갈아 입고 금방 또 쎄근쎄근 사이좋게 잠이 들어.  

아이는 밤엔 그렇게 울어 제끼더니, 낮에 저의 엄마 품에선 잠도 잘자네.  인간들은 그런가봐.  왜 이 넓은집에서 침대나 쇼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거나 꼭 껴앉고 있는거야.  주인아저씨랑 애엄마 이 둘도…아, 여기까지만 말할게.  

아니, 내가 너무 춥나?  그들은 온도 유지를 위해 저러는걸까? 아 참, 초여름이잖아 지금은.  춥지도 않은데

왜들 그러는거야?


그렇게 잠을 자고 난 아이와 엄마는 그들만의 놀이도 했다, 외출을 잠깐 하던가 해.  그러다 저녁이 되기전 애 엄마는 주방에서 뭘 또 굽고, 찌고, 끓이고 난리가.  아, 예전 W family 랑은 다른 냄새가 났어.  저녁이 항상 뭔가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는데, 어떤날은 생선을 노릇노릇 하게 구워 찐 양배추와 함께 싸서 먹기도 하고, 어느날은 빨갛고 김이 펄펄 나는 냄비를 가운데 두고, 주인아저씨와 애 엄마는 크~소릴 내며 뭘 마셔.  그러다 킬킬 웃기도 하고 티격태격 말싸움도 하고, 또 웃고.


아, 그런날은 유난히 이집 꼬맹이가 극성을 떨었던날이야.  애 엄마의 머린 우리집 처마에 까마귀 새끼들이 지어논 집 같고, 티셔츠 목은 늘어나 있고 얼굴은 얼이 빠져 있어.  

그런날 둘이 뭘 자꾸 마시면서, 주인아저씨는 애엄마등을 연신 쓰다듬어줘.

인간들의 습성중 하난가봐.

낮에 애 엄마도 꼬맹이등을 연신 쓰다듬고, 토닥토닥 거리는걸 봤거든…


그렇게 세월이 벌써 많이 흘렀어. 밤에 빽빽 울던 그 꼬맹이는 이제 학교를가서, 낮엔 없어.  엄마한테 물세례주고, 땅파고, 하루종일 부산스럽던 그 꼬맹이를 못봐서 아쉬워.  애 엄마도 낮에 어떤날은 좀 이상한 옷을 입고 새벽부터 나가기도 하고, 어떤날은 오밤중에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날은 일주일도 넘게 집에서 꼼짝 않고 혼자 사부작거리기도 하고.  그녀는 이제 얼빠진 얼굴을 하고 늘어진 티셔츠에 까치집 머리를 하진 않아.  그래도 연신 주인 아저씨와 뭘 자꾸 짠~ 하면서 자릴 자주 같긴 하더라.


내가 여기 있으면서 제일 좋은건, 시간 지나면서 변해가는 가족들 보는거야.  꼬맹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던거,  데이캐어를 처음 가던날,  애엄마가 일을 다시 복직 하던날, 아이 여섯살 생일에 키 꼽혀 있던 아빠차를 움직여 애 엄마아빠가 혼비백산해 바닥에 주저앉던날, 하얀 털복숭이 강아지가 처음오던날.  난 그들이 자라고 변하는걸 보는게 너무 재밌는거야.  물론 그들이 언제까지 내 안에서 살진 몰라.  꼬맹이가 독립할때까지 여기 살지, 아님 다른 둥지를 또 찾아 나설지.  하지만 그때까진 난 그들 지켜보는걸 즐길꺼야. 뭐 안지켜 볼수도 없잖아. 내안에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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