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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Dec 18. 2023

그 순간 1

두붓집아저씨

그 순간

.

파라과이 첨 이민 가서 정착이 될 때까지 한 일주일인지 엄마 고향 언니네집에 신세를 졌다.  지금이야 에어비엔비지 말이 일도 안 통하는 말 그대로 지구반대편까지 날아간 그 시절 그때에는 사돈에 팔촌에 옷깃만 스친 사이라도 찾아갈 판이었다.


그때 우리가 신세 지던 그 댁은 가내수공업으로 두부를 만들어 팔던 댁이었다.  새벽 몇 시나 됐을지 아직 주변이 칠흑같이 어둡던 새벽.  멀리서 들리긴 했지만 웅성웅성 사람소리에 기계 돌아가는 소리, 뭔가 철제들이 부딪히는 소리에 예나 지금이나 잠귀 밝고 잠 없던 나는 결국 방에서 나가본다.  그때 이민 간다며 엄마는 옷이랑 신발을 잔뜩 샀는데, 그때 같이 샀던 연한 핑크색 면소재의 풍성한 원피스 잠옷을 입은 채로.


소리 나는 곳으로 걸어가니 어두웠던 집안과는 다르게 형광등 몇 개로 환했다.  공장은 집이랑 연결된 밖으로 난 주방에 있었다.  그 댁 식구들은 이십 대 초반 오빠들 둘에 아줌마 아저씨 였는데 식구들 전체가 나와서 그 두부 만들기에 한참이였다.  어두운 집안쪽에서 누가 걸어 나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오빠하나와 아저씨가 나를 돌아봤다. “아이코 아주머니 일어나셨어요!?” 아 이런…. 그때 난 겨우 초등학생 5학년이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남다른 발육이니 웬만한 성인 같긴 했을 거다.  그들은 나를 엄마로 알고 고개까지 숙여 인사를 했다. “앗… 아주머니 아니네. 지윤이네! 크크크”

그게 나도 웃겨서 같이 키득 데다, 아저씨가 먹어보라며 줬던 갖나 온 두부.  세상에서 젤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 상위건에 들어갈 그 맛이다.  그 맛에 난 그날 이후 새벽이면 옷 갈아입고 나와 두부 만들기를 구경했고 아침마다 갖나온 두부를 먹었다.  그냥 두부에서 순두부까지 섭렵. 그냥 맨 두부에 양념간장만  쳐서 먹는데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맛있을 수 있었는지…


그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 혼자 유학을 떠나던 날.  이른 아침에 누가 벨을 누른다.  나가보니 두붓집 아저씨 였다. “지윤이 이 갖나온 순두부 엄청 좋아하잖아요.  애 가기 전에 먹여보내고 싶어서 왔지” 라며 아저씨가 찾아오신 적이 있다.  어지간히 먹긴 했나 보다 아저씨가 기억할 정도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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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아가셨단 얘기를 한참나중에 들었는데,  그 어린애 입맛을 기억하셨다 이른 아침 가깝지도 않은 그 길을 오셨던 그 아저씨의 마음은 지금 까지도 고맙고 따뜻했다 몇 겹의 봉투에 담아 오신 그 순두부의 온도처럼.

서주가 아기 때부터 두부를 좋아한다.  유일하게 날 닮은 구석이랄까…

가끔 중국 마켓에 가면 손두부가 나오는데 그걸 사가자고와 부쳐 내놓으면 그걸 그렇게 잘 먹을 수가 없다.

중국 마켓에 투박하게 포장된 손두부 그걸 보면 그 시절 그 어린 날 엄만 줄 알고 인사했던 그들과 그 아저씨의 따뜻한 맘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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