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mage by Brian Merrill from Pixabay
오늘의 주제는 킵 해두었던 '스쳐 지나간 사람들'
잠깐 외국에 살았던 시절부터 에디터 일을 하며 숱하게 만난 많은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을 되짚어 보는 글짓기.
(생각해보는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몽골인이다.
런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2달 정도 일을 했는데, 방 청소도 하고 손님들이 오면 방도 안내해주는 그런 일을 해서 세계각지에서 런던을 찾은 여행자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다.
한인 사장님이 1,2호점을 갖고 있었는데 2호점에 장기 투숙하던 몽골인이 생각났다.
이 몽골인은 나보다 앞서 일을 시작한 다른 동료의 말로는 몽골의 '한혜진'이라고 했다.
몽골판 도전 슈퍼모델에서 mc를 볼 만큼 엄청 유명한 사람이고, 한국으로 치면 한혜진 정도 될거라고.
검색해봤더니 정말 나와서 신기했을 정도.
왜냐면 매일 보는 모습은 엄청 후리했거든.
그래도 모델임을 숨길 수 없는 거대한 키와 등에 있던 엔젤 날개 문신이 아주 인상적이긴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유명한 사람은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투숙하면서 여러 문제를 만들었는데, 일단 청소를 잘 안했다.
공용공간이라 해봐야 부엌 정도인 곳에 늘상 자기가 먹고 남은 그릇, 후라이팬 등이 널부러져 있었고, 두번째 문제는 숙박비.
숙박비를 안내서 사장님이 스탭인 우리에게 돈을 내라고 독촉하라고 할정도.
신기했던 건 나중에 몽골 모델님은 틴더에서 만난 남자에게 돈을 빌려 숙박비를 지불했다는 사실.
뭐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페미, 반페미를 조장하고 싶지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그리고 생각나는 두번째 사람은 유럽 어딘가 지하철역 계단에서 만난 아저씨.
엄청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 대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아저씨가 "도와줄까?"하고 물어봤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저씨 한 손은 깁스 중.
"에? 괜찮아! 고마워"
자기도 한 손 불편한데 날 도와주겠다고? 너무 미안해서 거절했는데, 이 아저씨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내가 자기가 아프다고 무시했다고 생각했을까봐 불편해서 자꾸 마음에 남는다.
난 미안해서 거절한건데, 자기가 아파서 화들짝 놀라며 거절했다고 했을까봐. 무안하셨을까봐.
한국에서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고민해봤는데,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에 갔다가 매니저(!) 정도 되어 보이는 엄청 어려보이는 분이 촬영 이곳저곳을 안내해주고 도와주셨다.
그곳에 신관-구관이 있어서
"신관은 언제 생겼나요" 물으니 자기가 초등학생 때도 있던거 같다고 얘기해주더라.
"아 여기 동네 주민이세요?"
"네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일을 하는 직원, 자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오래된 극장에서 일을 하게 된 사람.
나보다 한참은 어려보였는데 땡그랗고 순한 눈이 기억에 남는다.
난 메일이든, 취재를 하면서 만난 사람이든 늘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는 어떻게 남아있을 지 궁금하다.
아니, 이렇게 누군가 스쳐지나간 사람을 추억해볼때 내가 떠올려질지, 내가 그만큼 인상적인 사람이었을지도 궁금하다.
나처럼 남의 생각이 관심이 없는 사람이 오랜만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주제는 흥미로웠다.
내일의 주제
: 평온했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