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갑자기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러면 철저히 혼자가 돼. 아무한테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by 우주먼지

잘 지내다가도, 가끔은 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이전의 기억들로 후회가 돼서 미칠 것 같고, 앞날이 너무 걱정되고 다 놓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이번 주는 잘 지냈다. 나는 할 일이 생기면 되려 잘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중독적으로 할 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번에 (내가 만들어낸) 할 일은 영어 시험 준비 및 관심 있는 교수님께 이메일 보내기이다. 아이엘츠 시험 성적을 10월 중순까지는 받아야 하고, 교수님들께도 영어로 이메일을 받아야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시차를 고려하면, 내가 자는 중에도 이메일 답장이 왔기 때문에 자다가도 휴대폰을 확인하고 답장이 오면 안도하고, 잠을 잘 못 자도 오히려 하나에 집중하는 나의 스케줄이 나는 나름 마음에 들었다.


토요일인 어제는 아이엘츠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고, 공부에는 끝이 없으니까, 해도 해도 부족한 부분이 발견돼 절망스러우면서도, 할 게 많으니 내가 그동안신경 썼던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한 생각이 덜나서 좋았다. 오히려 연락이 안 오면, 그 시간에 빨리 내 할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일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5시에 눈이 떠져서, 영어 공부를 하고 요가를 갔다 와서 그와 연락을 하는데, 문득 갑자기 엄청나게 외롭게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공부고, 박사 준비인데, 내가 원하는 건지 외롭기 싫어서 공부를 하는 건지, 딴생각이 드는 게 못 견디겠어서 공부하는 건지 모르겠는 이 상황.. 분명 지금 자기 전 쉬는 시간이라 연락이 바로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인데, 카톡이 10분,, 15분,, 늦어지니 문득 어제는 분명 이 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해 놓고, 오늘은 그게 너무 길게 느껴지고, 서운하게 느껴지는 거다.


사실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 일 후다닥 하고, 점심쯤에는 휴대폰을 계속 보면서 밥을 먹는 건

내 점심시간 전까지 그도 바쁜 시간이고, 내가 점심 먹을 때 즈음에 통화하자고 자주 말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르는 듯. 한참뒤에서 연락이 오고 이제 잔다고 했다. 물론 상대방은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모르겠지. 이런 마음인지는.


아무튼, 어제와는 또 다른 나의 양가감정을 가지고 그는 잠이 들었고, 나는 다시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 새벽에 깬 탓인지, 눈이 시리고,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해서 잠시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유는 모르겠다.


집에는 30살 넘은 딸을 여전히 강아지 취급하며, 마늘만 까도 10만 원 용돈을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지구 반대편에는 사랑한다고 매일 표현해 주는 사람도 있다. 8년 전에 교사 첫해에 만나,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다. 근데 왜 자꾸 외로울까? 왜 마음이 헛헛하고, 이런 따뜻한 사람을 두고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과거에 엄마랑 자주 싸웠을 때는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는 복에 겨워서 그래. 밖에 나가서 힘든 사람들 보고와. 당장 죽고 사는 문제로 힘들고, 아파서 오늘내일하는 사람을 보면 네가 지금 스트레스받는 여드름이나 불만들 힘들다고 말하는 상황들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가 이후에 내 마음을 잘 몰라줬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지만, 나는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정말 자기 연민에 빠져 지내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너무 못나보여서,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해도 '나 자신 만은 그렇게 보지 말자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이렇게 이유도 모른 체 기분이 다운되고, 스스로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날에는 '정신 차려'라고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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