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결혼을 해도 인생은 혼자다

by 우주먼지

참 아이러니 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는 인생은 혼자다라는 걸 더 느끼게 되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다고 자부했는데

결혼을 하면 막연히 평생의 내 편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었나 보다.

물론 큰 일에 있어서, 길게 보면, 그럴 수 있겠다.

그렇지만 외로움과 불안감을 시도 때도 없이 느끼는 나의 그 순간순간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머리로는 알지. 그런데 외로움을 어쩔 수 없다.


그가 옆에 누워있는데도 미친듯한 불안감에 눈물이 흐르는 데도

그를 깨우지 못하고, 부엌에 나와 '인생은 혼자다'라는 제목의 브런치를 쓰기 시작했던 날

여전히 생생하다.


그가 나를 외롭게 만드는 이유

(아니지 제대로 말하면) 그가 옆에 있었음에도 내가 외로웠던 이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전화와 카톡으로만 연락받으며 지내는 지금) 내가 여전히 외로운 이유.

일을 하다가도, 집에 퇴근을 하다가도 울컥 쏟아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급히 안경을 쓰고 아무렇지 않게 했던 날들..


요즘 이런 날에는 그림이 들어있는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었더니, 너무 주인공의 상황에 빠져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고, 꿈까지 나왔다.

에세이를 읽었더니, 저자의 생각이 멋있어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데. 하며 우울해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해석한 이야기들을 읽으니 그냥 배우는 느낌이라, 내 생각의 개입이 덜 되고, 또 눈도 즐겁다.




며칠 전에 오빠가 카톡으로 이런 말을 했다.

'너의 공감 능력이 감성 같은 장점들이 더 가치 있고 빛날 수 있는 일이 네가 하고 있는 선생님이나 비슷한 교육 관련된 일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음 ㅎㅎ 힘든 점이 많긴 해도 어쩌면 너한테 잘 맞는 길을 찾아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맞아.. 그랬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위로를 잘해줄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고, 설령 나의 말과 행동의 효과가 몇십 년 뒤에서야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의미 있는 일이라 좋았다.

화학을 전공했지만, 교사가 되기로 하고, 석사는 교육 관련 분야에서 한 이유도 그거였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100년 후에 결과가 나오는 일이라 까마득하고, 가끔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그 순간 나랑 상담하고 나서 웃고, 좀 편해 보이면 나는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최근 2년은, 나와 가장 가까운 그가 컴퓨터 전공이다 보니 실적이 바로 나오고, 논문의 수가 수없이 많고, 펀딩의 액수가 교육과는 어마어마하게 다른 그의 상황이 매우 부러웠었다.

그 시기에 나는 학교에서도 힘들었기에 내가 좋아했던 일에 더 회의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내가 화학이라는 학부 전공을 포기한 것도, 내가 과학자로서의 소질이 없어서라고 판단이 들었고, 그래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부러웠다.


오빠와 카톡을 하면서, 나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니 나는 오히려 매출처럼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 이 일을 애정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나의 공감 능력과 감성이 과학을 할 때는 쓸데없고, 덜렁 대는 성격이 실험을 하기에는 큰일 날 성격인데.

학교에서 일할 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가끔 나의 이런 성격으로 아이들을 웃겨주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실수도 아이들 앞에서는 광대가 될 수 있는 이 상황이.




요즘 전병관 작가님의 [위로의 미술관]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유명한 화가들도 정말 외롭고 치열하고 불안한 삶을 살았더라. 그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저렇게 대단하신 분들도 외로움과 불안 고통 속에서 그림을 끊임없이 그리셨는데... 하면서 말이다.


내가 할 수 없고, (내가 그렇게) 바라지 않는 일을

누군가가 가졌다는 이유로 갈망하고, 그걸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가장 친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 자신과 일단 제일 멀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싶다. 자꾸 그와 비교하는 생각들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도 내가 처음 선생님을 하기로 했을 때 마음먹었던 그 다짐. 나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몇 십 년 뒤에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좋다는 그 마음. 그게 내 진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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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란, 전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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